판 커진 ‘成 리스트’ 수사…박근혜 대통령 대선자금 상자 ‘째깍째깍’

2015-05-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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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6일 ‘성완종 리스트’의 첫 소환자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홍 지사는 오는 8일 검찰에 출석한다. [사진제공=청와대]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여권 실세의 총체적 부패 의혹을 담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판이 한층 커졌다. 

검찰이 6일 ‘성완종 리스트’의 첫 소환자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지목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의 물꼬가 트이게 됐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홍 지사는 오는 8일 검찰에 출석한다.
특히 검찰이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재무책임자)의 구체적인 진술 확보는 물론,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자금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수사의 칼끝은 대선자금으로 향할 전망이다.

◆물꼬 트인 8인 수사, ‘검은 사슬’ 드러나나

성 전 회장의 금품전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오는 8일 오전 10시 홍 지사를 소환 조사한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네 차례 강도 높은 조사를 마쳤다. 1993년 ‘슬롯머신 수사’를 진두지휘한 홍 지사가 풍전등화 처지에 놓은 셈이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마친 후 인사를 하던 도중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


관전 포인트는 검찰이 성 전 회장의 돈 전달 사슬로 알려진 ‘한장섭→윤승모→홍준표’ 경로를 입증할 수 있느냐다. 이 경우 리스트 8인의 돈 전달 경로가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자신의 측근들을 줄소환할 당시 “‘팻감’(바둑에서 패를 이기고자 사용하는 수)으로 사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발한 홍 지사는 이날 돈 전달자로 지목된 윤 전 부사장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창구다. (윤씨가) 심부름을 이것만 했겠느냐. 총·대선 때도 똑같이 심부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전 회장의 대선자금은 물론 총선의 로비성 비자금 전달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의 돈 전달자 첫 고리인 한 전 부사장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지난) 4월 총선을 전후한 시점과 12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 수억원대 현금성 비자금을 마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수사’가 박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여권 총선 비자금 수사의 방향타가 될 것이란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與 “유구무언”…박찬종 “成 리스트, 빙산 일각”

그간 ‘성완종 리스트’의 대선자금에는 ‘홍문종’(2012년 대선 당시 2억원)·‘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2007년 대선 경선 당시 7억원) 등 여권 실세가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여기에 한 전 부사장의 진술로 수억원대의 돈이 대선자금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이 포착됐다.
 

야권은 총공세로 맞섰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아온 불법 대선 자금의 망령이 친박 8인방을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음 또한 보여준 셈”이라며 ‘별도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검찰이 홍 지사의 소환 조사를 기점으로 8인에 머물러있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넘어 불법 정치자금 흐름 전반을 다루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도 4·29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정치개혁’을 핵심 과제로 꼽은 터라 대선수사를 거부할 명분이 좁은 상태다.

여야의 반응은 상반됐다. 국회에서 만난 여권 한 관계자는 검찰이 박 대통령 대선자금 수사를 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유구무언”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재·보선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대선자금 수사에 응하겠다. 야당도 같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검찰 수사가 박 대통령으로 향한다면, 여야 간 극한 갈등으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야권은 총공세로 맞섰다. 서영교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우리 정치의 발목을 잡아온 불법 대선 자금의 망령이 친박 8인방을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음 또한 보여준 셈”이라며 ‘별도 특별검사제(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문제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인 박 대통령에게 수사의 칼끝을 겨눌 수 있느냐다. 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관련 장부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용두사미’ 수사에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물론 리스트 8인 중 홍 지사 등을 제외한 다수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정치자금법(공시시효 7년)과 뇌물죄(공소시효 7년·1억 이상은 10년) 적용이 어렵다는 얘기다.

대통령 후보를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정경유착 부패사건으로,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대선자금 수사의 관건은 검찰의 독립성 확보인데, 대통령이 엄정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29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 3곳에서 승리를 거둔 가운데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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