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남북관계에 있어서 1~2월 '골든타임'은 지났다. 북한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이 불가피하며 5월은 돼야 새 국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이 사실상 무산되고 당장 다음달 초부터 한·미가 키 리졸브와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에 돌입한다.
북한은 이를 겨냥해 각종 무력시위로 대응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미 이달 초 신형 함대함 미사일에 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장감을 올려놓은 상태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2월부터 8월까지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단거리 발사체를 대량 발사했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같은 대형 도발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건설을 위해 평화적 환경 조성을 강조하며 대외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북한이 이 같은 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도발은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고강도 무력시위보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서해 NLL(북방한계선) 침범을 포함한 중·저강도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계속해서 남북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군사훈련 중지 등을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우리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양 교수는 "올해 1∼2월의 한반도 정세를 보면 남북한과 미국 모두 제 갈 길만 가고 평화를 위한 공약수를 창출하지는 못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한미 군사훈련 종료 이후 정부가 남북 대화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려면 북한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존엄 모독'으로 간주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려해주고 북한을 대화 파트너 자격을 갖춘 정치적 실체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오는 4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고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남북관계의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하면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껄끄러운 관계를 감안해 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가 4월 반둥회의에 김정은 제1위원장을 공식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역시 박 대통령은 다른 외교 일정 등의 이유로 참석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이 신임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관계자는 "홍 내정자가 비교적 합리적인 태도와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좋은 협상 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내정자가 최근 들어 북한이 대화 상대로 선호해 온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