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위기의 한반도 …'국가 대 국가' 남북관계 구상은?

2023-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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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남북 관계가 끝 간데없는 사생결단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압도적 군사 대응' '힘에 의한 평화'가 오늘날 남북 관계를 지배하는 단어가 되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해결될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북한은 사라져야만 하는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통일 방안마저 같은 윤석열 정부에서도 달라질 모양새다.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이 ‘우리의 통일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신임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낭만적 민족주의적 사고’로 치부하고 있다. 김 장관은 “통일 국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남북한이 서로 의논해 처리한다고 한 것은 커다란 문제”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북한이 무너져 사라지는 통일, 북한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통일을 상정하고 있음이 아닌가.
 
윤 대통령은 주장한다. '힘에 의한 평화'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고. 그럼에도 이 '결단'은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민을 전쟁이라는 불안과 공포에 빠뜨릴 수 있는 결단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일까? 9·19 군사 합의의 효력도 정지하고 파기할 태세다.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과 확전 방지를 위한 유일한 안전핀이라고 할 수 있는 9·19 합의를 파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힘에 의한 평화’를 동반하는 것은 상호 위협이요, 불안일 뿐이다. 종착지는 결국 전쟁일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는 이제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쟁 가능성은 물론 핵 위협이 늘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대규모 한·미 군사연습이 정례화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를 북한은 '가장 노골적이고 직접적 핵 위협'으로 들면서 이것이 그들의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한·미 또한 “북한의 핵 사용은 정권 종말을 초래한다”는 엄포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대북전단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는 심리전 재개가 가능하다는 법률적 검토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인 통제구역 내에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가 재설치되고 있으며 민간의 대북 전단 살포도 허용할 수 있음을 공언하고 있다. 과거처럼 북한이 날아오는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포를 쏘아 접경지대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된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남북 간 국지전이나 확전도 배제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남북 간 갈등 관계가 이렇게 죽기 살기식 대결이 되어야만 할까? 이럴 바엔 차라리 남북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그냥 남남으로 사는 것이 더 낮지 않을까? 당장에야 모든 것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서로 남남으로 대하는 것이 훨씬 편할 것 같다. 북한을 동남아시아의 ‘부탄’이나 ‘캄보디아’와 같은 국가적 관계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서로 위협하지 않는 관계, 북한을 하나의 외국으로 대할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북한 때문에 공연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는가. 신임 김영호 장관도 ‘분리를 통한 통일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평화통일의 시기를 훨씬 더 앞당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분리라고 하는 것은 한국이 북한과 통일할 의사가 없으니까 따로 떨어져서 국가 대 국가 관계로서 남북 관계를 보자”는 것이다(2018년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국가 대 국가' 관계로서 남북 관계를 보는 것을 넘어 실제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인 국가 대 국가 관계로 바꿔야 한다. 헌법 제3조인 영토 조항까지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북한이 다른 여느 나라와 같이 자유롭게 오가고 필요한 교류와 협력을 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서로 친구도 사귀고 자원도 개발하여 그 이익을 나누는 것이다.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가 대 국가’의 남북 관계는 평화로 가는 지름길을 열어줄 것이 분명하다. 우선, 북한 핵 문제 해결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북·미 관계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미국의 북한 인정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당한 진전을 가져올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인정을 한결같이 원해왔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핵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음을 공언해 왔다. 지금까지 개최된 모든 북·미 회담은 북한의 인정 요구가 핵심이었다. 물론 동북아 패권과 대중국 견제 차원에서 북한 핵을 빌미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 온 미국이 과연 그와 같은 변화를 이끌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현해야만 한다. 한국의 외교가 끝까지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가 대 국가의 남북 관계는 70년간의 한반도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우선 유엔사와 주권 면에서 부딪치는 양상도 사라지게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북 경제협력이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유엔사가 여러 차례 지장을 초래한 점을 잘 알고 있다. 2018년 남북 경의선 철도 연결 사업을 추진하던 남북이 북측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유엔사가 제동을 걸었다. 같은 해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북측에 지원하려던 사업도 끝내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한의 평화체제 전환은 유엔사로 하여금 오직 군사적 역할에 한정하는 역할을 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 해체’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평화체제가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와 개념적으로는 무관하다. 유엔사의 존재 이유와 근거는 안보리 결의이며,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한과 대등한 국가가 된다면 남한의 대북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경제적 이익과 시장 논리에 의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북한 인권 문제를 빌미로 압박하는 상황도 필요 없게 된다. 이는 북한의 대남 관계 개선 의지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인권이 오히려 평화와 발전의 선순환 속에서 증진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체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대결에만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싸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진짜 평화'로 가는 길이다. 대북 관계 방향을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가져가는 ‘담대한 구상’을 촉구한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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