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 대포통장 삽니다. 당일 즉시 결제 원칙으로 매입 중입니다. 10년 이상 일해 온 베테랑들로만 구성된 믿을 수 있는 업체입니다. 저희 업체는 불법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성인오락실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무자비하게 매입해서 되파는 곳 아닙니다. 소화할 수 있는 물량만 필요할 때 삽니다. 시중은행에서 인터넷뱅킹 신청하고 아래 내용을 문자로 보내면 등록 확인 후 선금을 지급하고 매주 임대비를 입금해 드립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구글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대포통장 삽니다', '대포통장 거래', '대포통장 구입' 등으로 검색하면 수십개에 달하는 관련사이트나 게시판 글이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포통장은 주로 유튜브나 지방자치단체, 동호회 등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방법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돈을 주고 사겠다는 말에 혹해 본인의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팔았다가 금융사기에 휘말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실제로 피해자 A씨의 경우 '150만원에 통장을 매입한다'는 광고를 보고 예금통장과 카드를 보냈지만 약속한 돈을 받지 못한 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다양한 대포통장 근절책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포통장은 줄어들기는 커녕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피싱사기 등에 사용됐다가 신고 접수된 대포통장은 4만4705건으로 나타났다. 전년 3만8437건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대포통장은 2013년 상반기 전년동기보다 22.1% 줄었지만 같은해 하반기 다시 78.1%나 급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형식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해 애꿎은 소비자들만 계속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꾸준히 대포통장 관련 사고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돈을 주고 받았느냐로 대포통장 여부를 가렸지만 올해부터는 보관, 전달, 유통에 가담하기만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처벌 수위를 높였다. 또 대포통장을 과다 발급한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제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사고가 터지고 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