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연세가 많은 부모님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아진다. 추운 날씨에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신진대사 기능이 저하되어 노인성 질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암 환자, 만성질환자들은 외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각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질병 위험성이 더욱 크다.
독감은 흔히 '독한 감기'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독감은 감기와 진행, 치료법, 예방법에 큰 차이가 있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겨울이면 기승을 부리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주로 공기 또는 오염된 물건과의 접촉으로 발생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감기와 달리 고열과 오한, 온몸이 쑤시는 심한 전신 근육통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은 수 일 내에 증상이 호전되지만 중·장년층, 당뇨, 고혈압 등으로 면역력이 줄어든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미국에서는 한 해에 2만명 정도가 독감이나 이로 인한 합병증때문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고령층 중에서도 심폐질환, 당뇨, 응고장애, 만성신장질환, 면역억제질환을 가진 환자들에서는 독감 합병증이 더욱 쉽게 발생한다.
폐렴은 독감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으로 경우에 따라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사망자의 대부분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나 고령층의 주의가 필요하다.
독감 감염 후의 호흡기 손상이나 면역 기능 저하가 세균에 감염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이것이 폐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때문에 독감은 처음부터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독감에 걸린 뒤 2주가 지났는데도 기침이 계속되고, 호흡이 힘들어진다면 일단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대상포진도 중장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적 수두를 앓은 뒤 사라지지 않고 몸 속 신경절에 잠복해있던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병한다.
수두에 걸렸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50세 이상 성인의 대부분은 어려서 수두를 앓았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군이라고 할 수 있다.
85세 이상 생존자의 절반 가량은 일생 중 대상포진을 적어도 한 차례 겪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대상포진은 흔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진료 받은 국내 환자수는 작년 한 해에만도 약 62만명으로 최근 6년 간 환자 수가 50% 넘게 급증했다. 특히 50세 이상 성인에서 대상포진 발병이 크게 늘어 전체 환자의 약 60%를 차지했다.
대상포진은 발병 시 수십 개의 바늘로 동시에 찌르는 듯 극심한 통증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이다’, ‘출산 때보다 더 심한 통증이다’ 등 환자들이 토로하는 통증의 양상과 강도도 다양하다.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인들의 대상포진 경험담을 듣고 대상포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수 년 동안 지속적인 통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삶의 질을 현격히 저하시킨다. 연령이 높을수록 신경통을 겪을 위험은 더욱 높아지는데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로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겨울철 면역력을 강화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이나 꾸준한 운동 등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독감이나 대상포진은 다행히도 강력한 질병 예방 수단인 예방 접종이 가능한 질환이다.
특히 아직도 독감 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더 늦기 전에 접종해야 한다. 독감 백신은 대상포진 백신이나 폐렴구균 백신과 같은 날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
5세 이하 영유아를 돌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독감 백신을 함께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감 백신은 독감·합병증 발생, 입원, 사망 등을 예방하며 매년 접종해야 한다.
해마다 접종해야 하는 독감백신과 달리 대상포진 백신은 50세 이상 성인에서 평생 1회 접종하면 된다. 성인을 위한 대상포진 백신은 약 70~51%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있다.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에 아예 걸리지 않거나 설령 걸리더라도 덜 아프게 지나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