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유럽펀드 투자자가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에 대한 우려로 새해도 좌불안석이다. 그리스가 투자자에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불안감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전날까지 국내에 설정돼 있는 35개 유럽펀드는 최근 1개월 만에 2.28%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손실이 1.00%에 이르렀다. 수익률이 빠르게 나빠지면서 유럽펀드 설정액은 3개월 만에 약 1100억원이 줄었다.
상품별로 1개월 수익률을 보면 JP모간자산운용 'JP모간 유럽대표 증권자투자신탁'이 -4.54%로 가장 부진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신한BNPP 유로인덱스 증권투자신탁1(A1)'과 KB자산운용 'KB스타 유로인덱스 증권자투자신탁C'는 같은 기간 각각 -3.54%, -3.43%로 집계됐다.
그리스는 오는 25일 조기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긴축정책에 강하게 반대해 온 시리자는 유로존 탈퇴론을 꺼낼 것이라는 우려를 사왔다.
유로존 맏형 격인 독일이 그렉시트에 대해 충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아직 우려가 더 크다. 3일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차총회에서 베리 에첸그린 미 UC버클리대 교수는 "그렉시트 충격이 리만사태 때에 비해 2배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를 시작으로 다른 나라로 유로존 탈퇴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유로존 디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미국식 양적완화로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유럽 이코노미스트 32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26명이 ECB가 국채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5명만 양적완화 가능성을 부정했고, 1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최근 수개월 안에 자산매입을 비롯한 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ECB가 양적완화를 실시하더라도 그리스발 불확실성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CB가 국채를 사더라도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경제규모가 큰 나라 국채를 살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은행이 민간은행에 자금을 대줘도 민간은행은 아직 마땅한 대출처를 찾기가 어렵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달 증시에서 핵심 변수는 ECB 통화정책"이라며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은행 대출 증대로 이어지기보다는 국채 버블만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