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가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구제역이 확산하고 있다"며 문제삼고 있지만 공급업체별로 백신 효능에 차이가 있다는 농가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의 한 양돈업계 관계자는 5일 "국내 백신업체 5곳이 구제역 백신을 공급하는데 농장주들 사이에서는 업체별로 백신 효능이 다르다는 의견이 많다"며 "추정하기로는 백신을 작은 병에 나눠 담는 과정에서의 기술적 노하우 차이, 백신 유통과정에서 부실관리 등에 의해서 제조사 별로 차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지적했다.
2010년 구제역 발병 당시 외국의 두 개 회사에서 백신을 수입해 사용했으나 지난 2012년 정부 조사 결과 이 중 한 곳의 백신은 돼지에 효과가 없는 '물백신'인 것으로 밝혀져 돼지에 대한 사용이 중단됐다. 나머지 한 회사의 백신은 구제역 백신 생산 컨소시엄인 'SVC'(Special Vaccine Company)가 독점적으로 들여와 국내 백신업체 5곳에 공급하고 이들 업체가 백신을 소용량으로 나눠 담아 일선농가에 팔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 국내에서 판매된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백신이 설사병 방지 효과가 사실상 전혀 없는 것으로 판명됐던 전례도 농가가 백신 효능을 믿지 못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의 검역본부 본부장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대한수의사회가 사실상 운영하는 SVC가 백신수입을 독점하는 점을 문제 삼기도 한다.
또 다른 양돈 관계자는 "얼어버린 백신을 데우는 물 온도를 2010년 당시 30℃ 정도로 설정했다가 이후 20∼25℃로 변경했는데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30℃ 이상에서 데우도록 하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백신물질이 파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천 지역 양돈관계자는 "농가가 구제역 백신접종에 소홀한 면도 있지만 백신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PED와 같이 구제역도 농식품부에서 제조사별 백신 효능에 대해 검증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