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연희 전 국가대표 골프감독(김효주프로의 코치)

2014-12-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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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려운 것은 정직하기 때문…담력 있어야 골프선수로 성공가능성 커”

 

한연희 전 골프국가대표 감독. 그는 "담력이 커야 골프를 잘 치고, 골프는 정직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한연희 감독 제공]




"김효주 초등학교 5학년일 때 처음 찾아와
첫 인상은 ‘침착·총명·성실·뚜렷한 목표’
자녀 선수로 키우려면 보상심리 경계해야
단기간 스코어 줄이는데는 쇼트게임 최고
아마추어는 체형에 맞게 단순한 스윙해야"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휩쓴 프로골퍼 김효주(19·롯데)는 최근 롯데와 재계약하는 자리에서 “내가 옷값으로 지출한 최고액이 14만8000원”이라고 말했다. 그 옷은 바로 자신을 지도해준 코치의 생일을 기념해 산 와이셔츠였다. 김효주가 코치를 얼마나 지극히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골퍼 김효주가 있게 한 코치는 바로 한연희(54) 전 국가대표 감독이다. 한 감독은 김효주가 초등학교 5학년일 때부터 지금까지 약 8년간 곁에 있었다. 김효주는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다. 다른 선수들의 예를 볼 때, 그런 경우 대개 코치를 외국의 유명 교습가로 바꾼다. 그러나 김효주는 “미국에 가더라도 코치는 그대로다”고 잘라말했다.

한 감독은 프로골퍼에서 교습가로 변신해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다. 1988년 최광수 신용진 등과 함께 프로골퍼가 됐다. 프로골퍼로서 한연희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어도, 감독·교습가로서 한연희는 한국골프사에 남을 만하다.

제주 오라CC에서 아카데미 원생들과 훈련중인 한 감독을 이메일과 전화로 만났다.

◆김효주는 어떻게 태어났는가

한 감독은 2006년 초등학교에 다니던 김효주를 처음 만났다. 한 감독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남서울CC로 김효주와 그의 아버지가 찾아와 맡아달라고 한 것이다.

“첫 인상이 침착하고 총명해 보였어요. 나는 특정 선수를 가리지 않고 나를 인정하고 선생이라고 믿으면 누구든지 제자로 받아들입니다. 효주도 그 연장선에서 받아들였지요.”

김효주는 지금 여자골프 세계랭킹 8위다. 아직 스무 살이 되지 않았지만, ‘세계 톱랭커’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이유를 한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효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거기에 성실성과 타고난 감각, 노력이 있었지요. 또 부모의 헌신적 뒷받침, 주위의 관심 등이 어우러진 점이 오늘의 효주를 있게 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감독은 김효주의 스윙 특징에 대해 “유연성과 리듬이 좋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피니시 때 왼 어깨가 젖혀지는 단점이 있다”고도 했다. 김효주를 8년간 지켜봐온 한 감독은 “효주는 겉보기보다는 내면(멘탈리티)이 강하다”며 “외유내강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올해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덕분에 내년 미국 무대로 진출한다. 그렇지만 올해 국내에서도 5승을 거뒀기 때문에 내년에 타이틀 방어를 해야 하는 대회가 있고,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에도 나가야 하므로 한국LPGA투어 대회에도 더러 출전할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고가야 하는 터라 쉽지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한 감독은 “효주가 내년 미국LPGA투어에서 2승 정도를 거둘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한 감독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대회장으로 가 제자의 스윙을 봐준다. 대회가 없을 때에는 김효주가 한 감독이 있는 남서울CC(경기 분당) 로 찾아가 스윙 체크를 받는다.

김효주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랭킹 1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쳐야 한다. 한 감독은 “효주의 라이벌은 누구라고 특정하는 것보다 전체 선수”라고 진단했다. ‘김효주에 버금가는 꿈나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꿈나무라 해도 성장하면서 안될 수도 있고, 부족한 선수도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므로 효주처럼 될만한 재목은 많다고 본다”고 답했다.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다면 ‘보상 심리’ 경계해야

김효주가 메인스폰서로부터 계약금만 연간 13억원을 받는 세계적 선수로 떠오르면서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자녀의 인생이 걸리고, 성공 여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골프클럽을 쥐어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감독은 그 잣대로 담력을 든다. “자녀의 골프재능은 운동능력 등으로도 파악하지만 골프는 기록경기인만큼 담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배짱이 있고, 멘탈리티가 강해야 골프선수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일단 그런 자질을 갖춘 케이스라면 골프를 시켜 선수로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골프선수를 만들려면 돈도 많이 들어간다. 한 감독은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5000만∼1억원이 든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뉴질랜드 교포 프로골퍼 리디아 고(고보경), 호주를 거쳐 미국으로 가 올해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양건 등은 일찍 뉴질랜드나 호주로 이민·골프유학을 가 성공한 케이스다. 그 반면 김효주 신지애 박세리 최경주 등은 국내에서 골프를 배워 이름을 떨친 선수들이다.

한 감독은 이렇게 정리했다. “해외로 골프유학을 보내면 골프환경은 좋지만 지도력이 떨어집니다. 국내에서 골프를 시키면 운동환경은 열악하지만 지도자들이 훌륭하지요. 레슨이나 선수관리 시스템을 봤을 때 국내에서 골프를 가르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주니어 골퍼와 그들의 부모를 겪어본 한 감독은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은 그 자녀를 통해 뭔가를 얻고야말겠다는 보상심리가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한 감독은 “골프가 어려운 것은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연습한만큼, 노력한만큼, 들인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골프라는 얘기다.

프로골퍼와 골프교습가로 생활하는 동안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을 숱하게 봐왔다. 골퍼들은 스코어를 낮추려고 온갖 처방을 다 써보지만, 골프와 그 스코어는 결코 만만치 않다. 원천적으로 스윙이 잘못돼 있을 수도 있다. 한 감독은 “일반 아마추어는 골프를 너무 어렵게 여기고 많은 생각을 한다. 그러지 말고 각자 체형에 맞게 단순하게 스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로든 아마추어든 단기간에 스코어를 줄이는 데는 쇼트게임만한 게 없다”고도 했다.

겨울은 다음 시즌을 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내년 시즌을 위해 올겨울에 근력과 유연성을 키우라고 권장합니요.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연습량이 적을 경우 실내에서라도 클럽을 들고 연습스윙을 많이 해두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거리를 지금보다 10야드 늘리려는 골퍼들에게는 유연성 스트레칭을 많이 해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골프는 거리일까, 정확성일까. 그 해묵은 질문에 한 감독은 “아마추어들은 정확성이 우선이고, 프로들은 거리와 정확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지훈련지인 제주 오라CC를 배경으로 선 한연희 감독. 최근 모습이다.          [사진=한연희 감독 제공]



◆한연희 감독은

강원 춘천 출신인 한 전 감독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프로골퍼가 됐다. 초기엔 세계적 투어프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프로골퍼
로 몇 년 활약했으나 우승과 인연이 없자 곧 교습가의 길을 걸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교습가로 변신한 것에 대해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평한다.

교습가로서 지도력이 소문나 그는 2003년 6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2011년 12월까지 8년6개월동안 감독으로 있었다. 현재 한국 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하는 정상급 선수 대부분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고 보면 된다. 그의 감독 재임기간 한국 아마추어골프는 아시안게임 2회연속 골프 전종목 석권,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 우승 등 눈부신 성적을 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골프가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 1개를 딴데 그친 것을 보면 그의 업적을 짐작할 수 있다. 한 감독은 2011년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KPGA와 KLPGA로부터는 우수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오랫동안 국가대표 감독을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낀 반면, 합숙과 각종 대회 참가로 1년에 200일 이상 집에 못들어간 점이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한다. 또 어린 선수들이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러지 못한 환경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요즘엔 학교체육 강화 취지아래 예전처럼 골프에만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나 골프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더 훌륭한 선수를 배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감독은 남서울CC에서 ‘한연희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약 20명의 주니어 선수들이 그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 감독은 “우리나라 골프기량은 세계 최고수준인데 선수들이 마음놓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 제대로 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어 더 많은 세계적 선수를 배출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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