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50년된 슬리퍼'

2014-11-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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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구구익선(舊舊益善), 오래될수록 좋은 것이 있다."

지난 8일 작고한 이동찬 명예회장의 슬리퍼는 1947년부터 신었으니 50년이 넘었다. 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낡았지만, 슬리퍼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랜 세월과 알뜰한 애정이 빚어낸 정겨운 멋이 있다.
10여년 전에 비서실에서 그 슬리퍼를 버리고 새것으로 바꿨다가 이 명예회장에게 멀쩡한 것을 왜 버리느냐고 된통 야단을 맞고 쓰레기통을 뒤져 간신히 찾아냈다는 일화도 있다.

이 명예회장의 점심 메뉴는 주로 된장찌개, 칼국수, 수제비 등이다. 다른 반찬이 남은 상태에서 추가반찬을 시키는 일은 없었다. 삼복더위에도 부채와 선풍기만 있으면 됐다.

이 명예회장은 10년 넘게 입어온 맨스타 트렌치코트, 출장 시 수행비서들과의 동숙, 등산이나 낚시 갈 때에는 9인승 승합차 이용과 도시락 지참, 그룹 임직원들에게 옷 물려주기 등 근검절약을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생활 모습이 아니라 아낄 때와 쓸 때를 구분하자는 이 명예회장의 평소 생활철학이다. 은혜를 갚는 일이나 신의를 지키는 일엔 알뜰함이란 있을 수 없다.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쓴다.

그래서 이 명예회장은 장학사업, 마라톤 꿈나무 육성 등에 꾸준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요즘 같은 때 50년 된 슬리퍼를 신는 이 명예회장의 씀씀이 지혜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1998년 신년호 ‘코오롱사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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