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담 뺑덕’ 고전과 정우성이 만났을 때

2014-09-2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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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마담 뺑덕'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심청전’은 지극히 효심을 자극하는 조선시대 고전이다.

앞을 못보는 심학규와 곽씨 부인은 나이 마흔이 되도록 자식이 없어 걱정이 컸다. 지극정성인 기도를 들은 하늘의 뜻이었을까? 곽씨는 선녀가 자기 품 안에 안기는 꿈을 꾸고 심청이를 낳는다. 기쁨도 잠깐. 곽씨는 병에 걸려 심청이를 낳고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난다.

젖동냥으로 간신히 심청이를 키우고, 심청이는 예닐곱 살에 아버지를 위해 동냥을 다녔다. 천성이 착하며 몸가짐이 바르고 얼굴이 고아 동네에에서 일감을 얻어 가정을 꾸리는 심청이는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부잣집 수양딸도 마다한다.

그러던 어느날 심봉사는 부처님께 쌀 300석이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몽운사 화주승의 말에 그만 시주를 약속하고 만다.

눈이 먼 아버지 심학규를 위해 딸 심청이는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심청이를 산 뱃사람들은 심학규에게 평생 먹고살 양식을 줬지만 마음씨 고약한 뺑덕 어미가 심봉사에게 접근해 야금야금 재물을 쓰기 시작, 결국 바닥이 나고 말았다.

지극한 효심에 감동한 옥황상제의 명령으로 용궁에서 살던 심청이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나와 황후의 자리에 오른다. 아버지를 찾지만 심봉사는 이미 이사를 간 뒤였다. 심청이는 전국의 봉사들을 모아달라고 황제에게 청하고, 결국 심청이와 심봉사는 재회한다. 마침내 심봉사의 눈이 떠지고 나라에 태평성대가 쭉 이어졌다는 게 ‘심청전’의 큰 줄거리다.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의 임필성 감독은 ‘심청전’의 큰 줄기를 토대로 영화 ‘마담 뺑덕’(각본 장윤미)을 각색했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마담 뺑덕’은 욕망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정우성이 자신의 처지를 잊고 무리한 약속을 해 딸을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아버지 학규를 연기했다. 학규를 파멸로 몰고 가는 덕이는 배우 이솜이 맡았다.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박소영이 정우성의 딸 청이로 등장한다.

정우성은 옴므파탈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여학생에 대한 성추문으로 학교에서 제적당할 위기에 처한 국문과 교수 학규는 쫓기듯 내려간 지방 평생교육원이 위치한 놀이공원의 매표소 직원 덕이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덕이가 먼저 유혹을 했든, 학규가 꼬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딸까지 둔 유부남이 조카뻘의 여자를 탐하는 것도, 유부남을 사랑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덕이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다.

고전과 달리 청이는 매우 다른 인물로 그려진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이 아버지 학규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청이는 나이트클럽을 출입하고, 집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자꾸만 겉돈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아버지의 간섭도 짜증이 나고, 도박빚을 찾으러 오는 무서운 아저씨들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어느날 옆집으로 이사를 온 언니 세정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인물.

정우성은 옴므파탈 연기부터 방탕한 생활로 인해 몸도 마음도 상한 학규로 완벽하게 분했다. 맹인 연기 역시 압권이다. 영화 ‘오직 그대만’의 한효주,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에 못지 않은 완벽한 맹인 연기를 펼쳤다. 또한 2번의 베드신에서 보여준 정우성의 몸매는 완벽, 그 자체다.

이솜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짜 사랑에 목말라하는 덕이, 때로는 표독스럽게 복수를 펼치는 세정 모두를 연기한 이솜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정우성과 함께 영화를 완성시켰다.

여기에 박소영과 김희원, 이창훈, 이상화 등 조연들의 연기는 천연조미료처럼 감칠맛을 더했다.

정우성이 선택한 고전 ‘심청전’의 현대판 ‘마담 뺑덕’은 내달 2일 청소년관람불가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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