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은행의 가계·기업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자금 수요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 등 정부의 대출 지원 정책이 원인으로 지목돼 부실 발생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총대출 잔액(분기 말 원화대출 기준)은 1197조25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3월 말 3.2%를 저점으로 6월 3.9%, 9월 4.1%, 12월 5.0%, 지난 1월 말 6.1% 등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예금은행의 대출은 가계나 기업 구분 없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492조6186억원으로 1년 전보다 4.6% 증가해 2012년 2월 4.6%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5월 말 1.9%를 저점으로 지난해 10월 3.0%대에 진입했으며 지난 3월 4%대로 상승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341조829억원으로 증가율이 지난해 4월 1.7%에서 지난 7월 6.2%로 급등했다.
기업대출 역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679조2179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4% 후반대에서 점차 상승해 올 1분기에는 6% 후반대, 2분기 7% 중반대로 높아졌다.
예금은행의 대출 증가가 경제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대출 증가율은 성장률의 2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은 2012년 2.3%에서 지난해 3.0%로 올랐으며 올해 전망치는 3% 중후반대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의 경우 공유형 모기지, 취득세 인하 등 부동산 관련 대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대출 독려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빚 권하기' 정책이 가속화하면서 자연스레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기 경제팀 수장을 맡은 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부동산 금융 규제를 완화했다.
완화된 규제는 지난달부터 시행됐으나 시장심리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월 중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6850건으로 지난해 7월 3만9608건보다 94.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 현재 391조1000억원으로 1개월여 만에 2조8000억원 증가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이 금융권 보신주의에 대해 질타하면서 기술금융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부담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은행의 보수적 자금운용 관행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과거 대출자산 증가율이 지나치게 가파를 경우 부동산 가격 폭등, 가계부채 급증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2003∼2012년 은행의 대손비용과 대출 증가율 등을 분석한 결과 대출 증가율이 성장률보다 높으면 1∼2년 뒤 대손 비용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함께 소개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대출 증가를 압박하기보다는 은행권이 리스크에 합당한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