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박근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내세운 국정과제 중 하나인 서비스업 활성화는 지난 1년 6개월동안 성과가 가장 미미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세월호 사고 이후 서비스업은 내수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적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수학여행 시즌인 4~5월 여행업계는 매출이 50%까지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고 의료와 교육업은 각각 원격진료와 외국계 학교 도입 등에 이견이 엇갈리며 구체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서비스업 활성화 정책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한국경제 전반에 불균형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 현장 무시한 정부 서비스업 정책
정부의 서비스업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지적이 높다. 실제 서비스업종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5대 서비스업종 육성 정책만 내놓다보니 시장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서비스기업 10곳 중 6곳이 세제·금융지원, 공공요금 부과 등 각종 정책지원에서 제조업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비스기업 4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응답 기업 62.6%가 제조업에 비해 정책 지원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과기준이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혜택 등 세제지원 분야가 대표적이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제조업 위주 전략에 밀려 서비스업이 차별을 받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서비스업종은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서비스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음식, 숙박, 도·소매업은 영세업종으로 분류된다. 이들 업종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20% 내외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만 육성하려는 정부의 판단이 시작부터 현장과 어긋난 것이다.
◆ 규제 풀어준다는데…대못은 그대로
서비스업 활성화 정책의 가장 큰 오류는 ‘규제’에 있다. 정부가 머리로는 서비스업 활성화를 인식하지만 물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몸으로는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은 “서비스업이 물가와 직결되다 보니 이익을 내면 바로 규제가 들어온다”며 “서비스 고급화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사회적 위화감 우려에 막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과 수출 위주 경제정책이 ‘고용 없는 성장’의 벽에 부닥친 현실에서 서비스업은 성장과 고용을 이끌 신성장동력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최경수 KDI 박사(연구위원)는 “서비스업 규제를 완화해서 의료, 관광, 금융 산업이 발전할 때 자영업 서비스도 동반 성장할 수 있다”며 “규제 개혁이 뒷받침 돼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일자리도 동반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2기 경제팀, 의료·교육계 갈등 봉합 가능할까
현오석 경제팀은 서비스업 정책의 대부분이 대립과 갈등 속에 관광산업 활성화를 제외하고 어느 하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기 어려웠다. 특히 원격진료와 외국계 학교 인가는 관련 업종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가운데 2기 경제팀은 이같은 대립과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09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의료와 교육 분야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고, 영리법인에 대한 부분을 수차례 강조했다. 서비스업 질을 개선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영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최 후보자는 “솔직히 제조업 쪽에서는 대규모로 국내에 투자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며 “서비스업 쪽 투자가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완화나 투자활성화 대책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서비스업 활성화 구상에서 불구하고 정부 안팎에서는 당장 효과가 있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반응이다. 최 후보자가 2009년 발언한 의료와 교육의 영리화는 5년이 지난 현재에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발언한 부분과 더불어 규제완화도 소신과 정책적 완성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업계의 시각이다.
최경수 KDI 박사는 “서비스업은 정책의 일관성 필요하다.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몇 년 후 다시 다른 규제가 생기니 시장에서는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서비스업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명확한 기준과 지원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