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행정장관은 이제까지 간선제를 통해 선출돼 왔다. 2017년부터는 직선제로 전환되지만, 중국 정부는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만 입후보가 가능토록 장치해뒀다.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반중 성향의 후보를 걸러내겠다는 입장인 것.
이에 대해 홍콩의 반중 시민운동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지난 20일부터 9일간 홍콩 전역에서 차기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대해 홍콩 시민을 상대로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투표는 홍콩 시민에게 사회단체와 학계 등에서 제안한 세 가지 선거 방식 중 어떤 방안에 찬성하는지를 묻고 있다. 세가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지 않고, 객관적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출마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비공식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중국정부와 홍콩 당국 역시 주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단체측은 선거결과가 중국당국을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단체는 투표종료 후 당국이 진정한 보통선거를 약속하지 않으면 7월 중 홍콩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의 주요 도로를 점거해 이 지역을 마비시키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최근 사설에서 "이번 운동은 불법이며 투표 역시 '분열' 세력의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신화통신 홍콩 지국장과 주유엔대사를 지낸 저우난(周南)도 최근 홍콩 TV와 인터뷰에서 "'센트럴 점령' 운동은 불법이며 법치에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홍콩 안팎의 반중 세력이 홍콩의 관할권을 빼앗으려 하는 것으로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홍콩 문회보는 기사를 통해 온라인 주민투표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인터넷투표인 만큼 1인1표제가 보장되지 않으며, 선거권이 없는 미성년자도 투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 이 밖에도 홍콩 입법회 주석, 행정회의 인사, 홍콩 전인대 대표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이 시민단체의 비공식 주민투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향후 이 문제를 두고 지속적인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