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부족·전세값급등' 집값 폭등 신호탄?..대구·천안 '무덤'서 부활

2012-08-2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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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14.9%, 천안 12.7% 아파트값 올라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한때 미분양이 넘쳐 ‘건설사의 무덤’으로 불렸던 대구·천안 등지의 부동산시장이 최근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도 호조를 보이는가 하면 집값도 오름세다.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된 주택 공급 부족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부산 등 일부 지방에서는 공급 감소에 따른 주택 품귀가 전셋값 및 집값 상승세로 이어진 바 있다.

대구·천안시 등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낙인찍혔던 지역의 부동산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대구 달서구 감삼동에 들어선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아주경제DB]
◆전셋값 오르니 집값도 덩달아 상승세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극심한 부동산 침체를 겪던 대구 일대 부동산시장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대구 아파트값은 2007년 3.1% 하락한 데 이어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3.1%, 1.3%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다가 2010년 2%로 상승 전환한 후 지난해에는 무려 14.9%나 상승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상승폭은 10.8%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은 3.3%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2006년 6월부터 2009년 4월까지는 35개월간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2010년 9월 이후 올 7월까지 23개월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보면 대구 수성구 만촌동 우방1차 전용 84㎡의 경우 2006년 2억3000만선에서 2008년 최저 1억7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2월에 2억6900만원선에 거래되는 등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인근 현대공인 관계자는 “전용 84㎡는 요즘 2억6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중소형의 경우 매물이 많지 않아 가격이 당분간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달서구 도원동 별메마을 전용 59㎡도 2006년 8000만~9000만원선에 거래됐으나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는 6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듬해부터 집값이 회복되더니 올해에는 1억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도원동 D공인 관계자는 “최근 호가(부르는 값)는 1억1000만원선으로 2~3년새 30% 이상 시세가 뛰었다”며 “최근 비수기에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가을 이사철이 되면 다시 집을 찾는 문의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대구 집값이 오르는 것은 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주택 부족과 전셋값 상승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 전환 수요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8.2%나 급등했다.

천안 부동산시장도 최근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 지역 아파트값은 전국 부동산시장이 호황기였던 2006~2007년에도 각각 0.1%, 1.3% 떨어졌었다. 그러나 2010년 0.6% 오름세로 전환한 후 지난해에는 12.7%나 뛰었다. 천안 역시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8.2%로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1년새 미분양 절반 이상씩 줄어

분양시장도 완연한 회복세다.

대구의 경우 2009년 1월 당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2만1500여가구에 달했다. 공급은 계속 이뤄지지만 수요자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재고물량이 쌓인 탓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만152가구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더니 올 7월말 현재 5289가구로 다시 반토막 났다.

미분양 적체로 신규 공급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수요자들이 미분양 단지에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공급 부족에 급등한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미분양이 많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분양을 진행했던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새 아파트에 대한 대구 주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대부분 실수요자들로 구성돼 계약도 순조로운 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구 이시아폴리스에서 공급된 더샵 아파트가 1~4차 모두 분양에 성공한 바 있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이 아파트 1·2차는 100% 계약됐고, 3차와 4차도 계약률 90% 내외를 보이고 있다.

2009년에만 해도 미분양은 7400여가구에 달했던 천안 역시 지난해 7월 4276가구에서 올 7월 2533가구로 크게 줄었다. 이 지역은 2007년 하반기 이후 신규 아파트 공급이 단 한차례에 그치는 등 공급이 뚝 끊겼었다. 반면 최근 5년간 인구는 50만명선에서 60만여명으로 증가하면서 주택 부족이 심화돼왔다.

울산도 2006~2007년 공급 과잉 여파로 2008년 이후에는 500가구 이상 단지 공급이 두 곳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수요자들이 미분양 아파트에 관심을 돌리면서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7월 5014가구에서 올해 7월 3291가구로 약 1700가구 줄었다.

주한미군기지 이전 및 국가산업단지 개발 등 호재가 풍부했던 평택의 경우 한때 공급이 몰리면서 미분양이 많았던 대표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확정되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1년간 미분양은 2175가구에서 905가구로 절반 이상 줄었다.

과거 부동산 무덤 지역들이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림에 따라 건설사 및 인근 지역 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울산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뜨거웠던 부산의 청약 열기가 식고 그동안 공급이 적었던 울산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모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며 “실수요자의 니즈를 파악해 중소형 위주의 저렴한 단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급한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국적으로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단기간 주목받았다가 거품이 꺼지는 ‘반짝 효과’에 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분위기가 좋다고 공급 물량이 집중되면 이들 지역 주택시장이 또다시 침체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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