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브랜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45번째 창립기념일에 열흘 앞선 12일, 자동차 부품 및 방위산업 제조사 S&T대우가 사명을 S&T모티브로 바꿨다. 이로써 옛 대우정밀공업은 2006년 S&T 인수 이후에도 유지되던 ‘대우’ 브랜드를 뗐다. 그룹 해체 이후 6번째의 ‘사라진 대우’다.
2002년 미국 GM에 인수된 대우차는 지난해 3월 GM대우서 한국GM으로 사명을 바꿨다. 내수 판매 활성화를 위해 ‘망한’ 이름을 떼자는 취지였다. 대신 GM의 브랜드인 쉐보레를 도입했다. 내수시장 3위 탈환, 중고차 가격 상승…. 효과는 있었다. 대우차 출신 임원들은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해야 했다.
이보다 앞서 대우종합기계 철도부문은 2001년 현대로템으로,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해 대우캐피탈은 아주캐피탈로 역시 모회사의 이름으로 따 새로이 출범했다. 2008년 대우엔지니어링 역시 포스코엔지니어링으로 바뀌었다.
‘대우’ 브랜드가 사라지는 건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대우’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 3개사는 채권단 관리 중이다. 새 인수자를 찾게 될 경우 자연스레 사명변경이 검토된다. 대우차판매 역시 분할매각이 진행중이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과 KDB대우증권, 대우버스, 타타대우상용차는 인수 후에도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용도폐기’ 될 지는 알 수 없다. 옛 ㈜대우 출신의 한 임원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에서는 여전히 대우 브랜드가 먹힌다. 다만 모회사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우’ 브랜드는 사라지고 있지만 옛 대우맨 사이에서 그 정신을 기리자는 활동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창업 동지던 이우복 전 부회장을 비롯 옛 그룹 최고경영자(CEO) 33인이 참가한 회고록 ‘대우는 왜’ 출판기념회가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 대우 창립45주년 행사와 함께 열렸다. 해체 12년 만의 기록이다.
책에는 ‘세계경영’을 주창하며 현재 신흥국 진출의 발판이 됐던 대우의 경영이야기가 담겼다. 특히 ‘대우’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젊은 층에 대우의 해외시장 개척기를 소개한다는 취지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대우의 열정과 노력의 기록들이 해외를 누비는 비즈니스맨과 새로운 기회에 도전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면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세계경영회와 함께 미취업 청년의 해외 취업과 창업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40여 명의 청년을 뽑아 베트남서 6개월 어학연수 및 직무교육을 이수하는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