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과 관련된 국내외 서적을 보면, ‘중국은 위험한 초강대국’, ‘중국경제의 숨겨진 위기’, ‘중국의 붕괴가 시작됐다’, ‘차이나 리스크 폭발 직전’, ‘2012년 중국붕괴’와 같은 위기를 다룬 책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관련해, 붕괴, 위기, 폭발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지만, 중국은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다. 그런데도 2012년 중국 위기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기의 권력투쟁과 경기둔화 위험을 억지로 묶어 중국위기로 비약해서 해석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엔 내년 중국경제는 경기수축 국면에 들어가겠지만, 7% 이하로 하락하는 경기침체나 서방 언론들이 주장하는 경제붕괴는 없을 것이다.
이같이 보는 근거는 2012년 중국경제를 읽는 키워드는 '안정확보'와 '성장보장'이라는 “2가지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내년 가을 제18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개최되고, 후진타오(胡錦濤)체제에서 시진핑(習近平) 체제로의 이행이 예정돼 있다. 당대표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원활한 정권교체가 내년 중국의 최대 정책과제다. 따라서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을 확보하는 것은 지상명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상 당대회가 개최되는 해에는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높았다. 1980년대 이후, 5년에 한번씩 당대표대회가 모두 6차례 개최됐다. 그 중에 5번(1982년, 1987년, 1992년, 2002년, 2007년)은 개최되는 해에 성장률이 임기 5년 중에 가장 높았다. 유일한 예외는 제15차 당대회가 개최된 1997년으로 아시아 외환위기로 성장률이 전년보다 약간 하락했다. 그래도 7.8%로 세계 최고 성장률을 유지했었다.
왜 당대회가 개최되는 해엔 성장률이 떨어졌다가 오르는 것일까? 중국은 공산당 1당 지배국가다. 5년에 한번 당대회는 빅 이벤트로 정권교체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정치안정과 경제성장이 필수조건이 된다. 따라서, '안정확보'와 '성장보장'은 역대 당대회 개최연도의 최대 과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2가지 확보'는 바로 2012년 중국경제를 읽는 키워드다.
그렇다면 2012년 중국경제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다음의 3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시나리오1. 유로위기가 진정되고, 부동산가격이 10% 내외로 하락할 경우엔 9%대 성장이 가능하다. 시나리오2. 유로위기가 계속되고, 부동산가격이 20% 내외로 하락할 경우엔 8%대 성장이 예상된다. 시나리오3. 유로위기가 세계로 확산되고, 이란전쟁과 북한정권의 붕괴,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엔 7% 전후로 성장률이 하락한다.
필자는 시나리오 2의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된다. 비록 시나리오 3의 경우에도 중국경제 붕괴의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된다. 중국은 내수확대 등 다양한 경기부양 수단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은 다음 6가지를 들 수 있다.
(1) 새로운 성장센터를 육성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의 흑자 재정수입을 활용해, 중서부지역에 인프라 투자를 늘려 부유한 연안지역에서 내륙으로 공장 이전을 확대시킬 예정이다.
(2) 2015년까지 국민 소득을 2배로 끌어올리고, 저소득자를 위한 보장성주택 건설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클라우딩 컴퓨터를 기반으로 500개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고, 녹색건축제도와 에너지절약형 제품이 경제를 지탱하는 새로운 기둥이 될 것이다.
(3) 분배중시와 소득격차의 시정이다. 도시지역의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고, 농촌지역의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농촌지역 빈곤층은 1인당 연간 순수입이 1196위안 이하였지만, 최근 2300위안 이하로 재정의했다. 이를 통해 약 1억 명의 농민들이 혜택을 입게 된다.
(4) 2011년 개인소득세 감세를 실시해, 6500만 명이 감세 혜택을 받았다. 2012년은 기업의 법인세 경감하고, 1월 1일부터 수출입 관세를 낮춰 기업들의 실질 혜택이 돌아가게 할 예정이다.
(5) 금융정책의 전환이다. 주택 버블을 우려해 금리인하보다는 예금준비금율을 낮추고, 공개시장을 조작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줄 예정이다. 중국 부동산의 재고조정이 끝나는 하반기부턴 주거용 주택에 대한 대출금리 인하와 임대주택 투자를 완화하는 ‘소극적인 완화조치’를 기대할 수 있다.
(6) ‘1인 자녀 정책’의 검토이다. 독자인 부부가 결혼할 경우엔, 2자녀까지 출산을 인정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내수부양책은 수출을 대신해 소비와 투자확대를 이끌 수단이다. 내년에 최악의 시나리오 3이 발생해도 6가지 정책수단을 취한다면 중국경제는 붕괴나 침체로 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