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연말 장기 휴무를 권장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다. '생산성=노동시간'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잘 쉬고 놀아야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연휴 분위기는 기업마다 다르다. 실적이 좋은 기업의 직원들은 두둑한 성과급과 함께 풍족한 연말을 보낸다. 그렇지 못한 업체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연말을 보내야할 처지다.
삼성그룹은 26일부터 30일까지 금융 부문을 제외한 대부분 계열사가 연말 장기 휴무에 들어간다. 올해의 경우 24일이 토요일이다. 다음달 1일까지 최장 9일 휴가를 쓸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그룹 일부 계열사도 같은 기간 권장 휴무에 들어간다. LG전자가 연말 권장 휴무를 실시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두산중공업·두산엔진·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계열사들도 연말 장기 휴무에 들어간다. 별도의 종무식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밖에도 현대자동차·STX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문을 내고 직원들의 연말 휴가를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에게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 시간을 갖고, 내년에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연차휴가 보상비 부담을 덜 겠다는 기업들의 속내도 이유다.
근로기준법상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최소 15일 이상의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유급휴가이기 때문에 휴가를 쓰지 않으면 남은 일수만큼 돈으로 보상해야 한다.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연차휴가를 쓰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했는데도 쓰지 않았다면 기업은 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실적 따라 주머니 사정은 '부익부 빈익빈'
연말 휴가를 얻었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올 한해 기업 성적표에 따라 회사 직원들의 지갑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상당수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그룹은 하반기 총 생산성격려금(PI)이 5000억원에 가까울 전망이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은 23일에, 삼성생명을 비롯한 금융 계열사들은 28일에 각각 PI를 지급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시스템LSI사업부 등 기본급의 100%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호황을 누렸던 자동차 업계 직원들도 풍족한 연말을 보낸다. 현대·기아차는 통상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통상급 300%와 700만원을 성과급으로 결정하고 통상급의 100%는 연말에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STX는 이달 중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연말 상여금을 먼저 지급한 뒤 내년 1월 개인별 성과에 따라 연봉의 5∼15% 정도를 차등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난 3분기 적자 전환한 LG전자는 올해 실적을 본 뒤 내년 1~2월에 격려금 수준을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도 영업이익을 고려해 지급하는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포스코의 올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