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 말 아르메니아에서 최대 150만명(아르메니아 추정치)이 집단 사망한 사건의 책임 소재를 터키의 전신인 오토만제국이 저지른 ‘대량학살’로 공식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22일에는 공개석상에서 이 사건이 대량학살임을 부인하면 1년 징역형과 4만5000유로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새 법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그동안 터키는 이 사건 사망자들은 내전의 희생자들로 대량학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프랑스의 움직임에 반발했다. 결국 프랑스 의회 표결을 하루 앞둔 21일 프랑스에 제재조치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이날 “내일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영 아나톨리아 통신이 보도했다.
터키는 프랑스 주재 터키대사 소환과 터키 주재 프랑스 대사 추방, 터키 내 공공사업 계약시 프랑스 기업 배제 등 외교·무역상의 제재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터키는 프랑스에 있어 중요한 교역국이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은 120억유로(약 18조원)를 기록했다.
터키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프랑스를 맹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터키 국민도 거세게 항의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양국 관계가 긴장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에르도안 총리도 이날 프랑스의 조치는 차기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하등 양국관계에 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에는 아르메니아인 40만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재선에 중요한 지지기반으로 여겨진다.
터키의 여야 의원들도 공동 선언문을 통해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중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역사적 실수”라고 규탄했다.
이어 프랑스는 알제리와 르완다 유혈사태를 비롯해 자국의 과거부터 먼저 돌아보라고 촉구했다.
이날 수도 앙카라의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터키 언론들도 사르코지 대통령과 새 법안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터키와 프랑스는 오토만제국 때부터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이후 프랑스가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소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