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SK그룹이 추진하던 글로벌 사업들이 모두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측은 "일단 의혹들이 원만하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일정 기간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SK그룹은 올 10월 사장단 회의를 통해 글로벌 전략을 선포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패키지딜(Package Deal), 파트너링(Partnering) 등 다양한 협력모델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키지딜은 SK 각 계열사가 갖고 있는 고유한 역량을 한데 모아 대형 플랜트 사업 등 글로벌 사업을 수주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같은 SK의 협력모델은 이집트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싱가포르 석유화학공장 착공, 일본 JX그룹과의 석유화학사업 합작, 스페인 렙솔과의 윤활기유 공장 준공 등 다양한 지역과 여러 비즈니스 모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검찰 수사로 인한 경영 공백은 SK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글로벌 '인재 확보 전쟁'에서도 1년 이상 뒤처지게 됐다.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인재와 문화,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게 그룹 전략이었지만 현재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이러한 인재 확보와 조직 개편은 국내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 인사, 조직개편 늦어지면서 내년 사업 '올 스톱'
SK그룹은 현재 내년 사업계획에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태다. 정기 인사를 비롯해 조직개편이 보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매년 12월 중순 정도면 인사 폭을 비롯해 다음해 사업 계획이 일정 부문 수립됐지만 올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후 시설을 교체하거나 SKT의 고객 서비스 등 기존 사업은 유지되겠지만 새로운 설비 투자나 LTE 사업 등 큰 틀의 전략을 아직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15조원의 투자 계획이다.
◆ 하이닉스, 경쟁사보다 6개월 가량 기술 퇴보
올해 10조 5000억 원을 투자한 SK그룹은 내년 4조원의 하이닉스 신규 투자를 더해 총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총수 소환이라는 사태를 맞아 구체적인 투자 일정과 폭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계획을 아직도 수립하지 못해, 본격적인 수출기업으로 변신한 원년부터 큰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6개월 단위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적기에 투자 및 기술 개발을 하지 못한다면 6개월 후에는 글로벌 경쟁업체들보다 크게 뒤처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검찰에서 위법 행위에 여부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지만 경영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SK를 세계적인 브랜드 반열에 올려 놓으며 한국 경제의 위상을 높인 만큼 총수 부재가 몰고 올 후폭풍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