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해외인수가 활발해진 일본은 인수 규모가 797억 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중국도 올해 M&A 건수로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하면서 일본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 약품은 스위스 의약품회사 나이코메드를 1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일본기업은 내년에 소비재 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인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 통계에 따르면 올해 일본기업의 해외 M&A 자산가치 규모는 총 797억 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냈다. 일본은 세계 M&A시장에서 미국 1966억 달러, 영국 839억5000만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43억달러로 10위에 그쳤으나 올해는 495억달러의 중국을 앞질렀다.
실제로 일본기업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본 지출을 줄이고 현금자산을 축적해 왔다. 일본 은행권도 대출 지원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며 만반의 지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유로존이 재정위기로 주춤거리는 사이 일본은 엔화강세를 등에 업고 해외 자산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같은 일본의 대규모 인수는 엔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또한 지난 3월 발생한 대지진을 통해 일본기업들이 자산 운용의 다각화와 글로벌화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짐보 유이치 씨티은행 투자은행부문 대표는“M&A시장에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일본 기업들은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투자자로 거듭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도 글로벌 M&A에 속력을 내고 있다. 중국 투자정보제공기관인 칭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M&A건수는 1040건으로 처음으로 1000건을 돌파했다. 특히 해외M&A이 106건으로 지난해 63건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최근 중국의 광산회사 우쾅그룹 자회사가 캐나다 토론토의 구리제조업체 에퀴녹스 미네랄사 인수를 추진하고, 석유 대기업 시노펙이 캐나다의 석유ㆍ천연가스업체 데이라이트에너지를 22억캐나다 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중국은 까다로운 인수 승인 절차로도 악명을 떨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미국 시게이트테크놀러지의 삼성전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부분 인수를 최근까지 두차례 지연시켰다가 결국 승인했다. 시게이트는 삼성브랜드의 상표 판매를 최소 1년간 유지하고 6개월간 생산설비를 확대해야 했으며 향후 3년간 중국 연구개발(R&D)에 8억 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09년 코카콜라의 중국 주스업체 인수를 거부했고 지난해는 노바티스의 알콘사 인수를 승인했지만 5년간 중국에서 콘텍트렌즈 판매에 제한을 두기도 했다.
WSJ는 "중국은 최근 해외 인수 승인과정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벌이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M&A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승인만 얻으면 성사됐지만 5년전부터는 중국·브라질·호주 등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