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란 제재문제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와중에 그동안 잠잠하던 대중, 대일 외교에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여기에 북미간 3차대화 가능성으로 북핵 협상의 시계가 빨라지면서 우리 외교가 전반적으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다.
우선 대 이란 제재문제다.
정부는 한미동맹에 기초해 대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한다는게 기본입장이지만 이란과의 경제협력도 외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미 의회가 조만간 이란 제재법안(일명 ‘커크-메넨데스’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이 현실적 문제로 대두될 수 밖에 없다.
전체 원유수입량의 9.6%(77억 달러 규모, 10월말 기준)를 이란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를 섣불리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
정부는 일단 한국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모으고 있지만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한미관계가 이란 문제로 인해 자칫 미묘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중 외교도 골칫거리다.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 선장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은 내년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에 심각한 악재로 돌출했다.
해양주권이 훼손당한데 대해 극도로 분노하고 있는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중국으로부터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과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야 하는게 한국 외교의 몫이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한중관계가 건강한 관계로 재정립될 수 있도록 ‘당당한 외교’ 기조를 펴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외교가의 목소리가 높다.
대일 외교는 역시 역사문제다.
정부가 지난 9월15일 위안부 청구권 문제와 관련한 양자협의를 일본 정부에 제안했으나 일본 측은 석달이 되도록 묵묵부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평화비를 설치할 예정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양국 외교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그동안 평화비 설립을 중단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나설 계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다.
동북아 외교는 내년 들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중국 모두 정치적 지배구조가 교체기를 맞는데다 일본 역시 정치적 불안정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교체기에는 대외관계 이슈가 국내 정치와 긴밀한 연관을 갖는 경향성을 띠고 있어 외교적 마찰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6자회담 재개 흐름이 속도를 내면서 북핵 외교당국의 움직임도 부산해지고 있다. 두차례 남북 비핵화 회담을 이끌며 이니셔티브를 쥐어온 한국이 북미대화 구도에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적극적이고 능동적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