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고양 킨텍스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내년에 펼쳐질 '야신' 김성근 감독의 야구 진행이 조금 바뀔 듯 싶다. 물론 그의 좌우명인 '일구이무(一球二無 : 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정신이 변한 것은 아니다. 그가 지도해야 할 선수들의 기본 역량과 팀의 목적이 기존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고양 원더스가 12일 오후 3시 고양 킨덱스에서 구단 창단식을 개최하고 정식 야구팀으로 힘차게 첫 걸음을 내디뎠다. 초대 사령탑으로는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선임됐고, 김광수 전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이 수석 코치를 맡았다. 신경식(전 두산 타격코치), 곽채진(전 신일고 코치), 조청희(전 한화 트레이닝 코치), 코우노(전 소프트뱅크 종합코치) 등 일반 프로 구단급 코치도 함께 뛴다.
고양 원더스는 신인지명회의에서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과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 등 한 번쯤 실패를 경험하고 재기를 꿈꾸는 이들로 꾸려진 팀이다. 당연히 일반 프로 선수에 비해 야구 실력은 떨어진다. 그렇지만 재기를 향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 비해서도 강하다. 더군다나 팀은 대기업의 거액 지원과도 다소 거리가 멀다. 김 감독이 여지껏 맡았던 각 팀과는 다소 다른 형태의 구단인 것이다.
다음은 김성근 감독과의 일문일답.
▲고양 원더스의 초대 감독이 됐다. 취임 소감은?
-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되어 기쁘다. 현장을 떠날 시기가 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기회가 왔다. 마지막 행운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 와보니까 '정말 큰일났다' 싶다. 예전에도 감독직을 수락하고 선수들과 처음 대면하면 계약을 파기하고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됐다. 이 팀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가 관건이다. 창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팀에 내가 수장으로 온 것은 '큰 일을 하라!'는 뜻이다. 내년이면 프로야구가 31년째를 맞는다. 고양 원더스가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지 않겠나. 오늘 선수 얼굴을 처음 봤다. 전력투구해서 나중에 '이 팀이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노력하겠다.
▲12일 오후 3시 고양 킨텍스에서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최성 고양시장,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및 고양 원더스 선수단, 취재진, 야구팬 10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창단식이 개최됐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프로와는 확실히 다른 팀이다.
- 프로에서는 내가 선수에게 '우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내가 '우리' 안에 들어가야 한다. 고양 원더스는 한 번 실패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다. 선수 개인을 위해 내가 포기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는 선수에게도 '오고 싶을 때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프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 허민 구단주는 굉장한 열정을 갖고 있다. 너클볼을 배우기 위해 미국까지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단한 분이구나 싶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꿈이 세계로 향해 있고 야구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 등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함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각오는?
- 과거에 내가 맡은 팀은 프로 팀이다. 하지만 여기는 프로가 아닌 새로운 팀이다. 팀을 이끌어가는 자체도 우리라는 개념 반, 선수들 개념을 보는 게 반이라고 본다. 프론트와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과 새로운 숙제를 어떻게 넘어가는냐 하는게 가장 큰 테마고 어려움이다. 선수들 자체도 새로운 기회를 잡고자하는 선수들이라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선수들과 부딪히는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프로에 있을 때는 선수들이 그만 두고 가겠다는 걱정을 안 했는데, 이 팀은 그런 부분도 걱정해야 한다. 이 팀에서 내가 우리라고 하는 개념 속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첫 독립구단으로서 청사진은?
- 프로야구가 1981년에 처음 생길 때 온 국민이 "야구가 우리나라에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다. 현재는 '국민스포츠'로 자랐다. 독립구단은 '제2의 우리나라 야구계의 스타트'라고 생각한다. 독립리그가 우리나라에 얼마만큼 어필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좌절한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프로야구 전체로 볼 때 선수층을 두텁게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승패를 떠나 '진실한 야구가 뭔가?' 하는 지를 가르치고 싶다. 팀의 목적은 승리이지만, 우리 팀은 선수들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겠다. 개인적으로는 '독립리그'라고 하는 자체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를 여기서 스타트 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12일 오후 3시 고양 킨텍스에서 개최된 고양 원더스 창단식에서 허민 구단주가 정식으로 감독에 선임된 김성근 감독에게 고양 원더스의 구단기를 넘겨줬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 사람이 살아남으려면 몇 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야구도 역시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내 성격상 '포기'란 건 없다. '내가 납득할 때까지 하지 않으면 갈 길이 없다' 생각한다. 연습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1군에 올라갈 수 있는 중심선수가 되려면 3~4배 더 열심히 해야한다. 구본능 KBO 총재님께 공을 3600개 주셨다. '연습을 심하게 시키라'는 뜻으로 본다. (웃음) 내가 '이 팀에 가면 내 스스로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그럴 것 같다. 그간 팀을 맡아오면서 고양은 가장 어려운 작업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직 선수들의 기량을 보지 못했지만 힘든 과정이 될 것이다.
▲언제 전주로 내려가 팀에 합류할 건지?
- 1월부터 합류하기로 돼 있다. 그런데 집에 가만히 있으니 안 되겠다. 좀이 쑤시고 걱정만 되더라. 당장 내일이라도 내려가 한 사람 한 사람 체크하겠다. 1월까지 밑그림을 그려놓고, 고지 캠프에서 해가 뜨고 달이 안 보일 때까지 연습해야하지 않나 싶다.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할 건지?
- 올해는 선수 선발이 어려운 해다. 9구단이 생겼고, 기존 대학 팀에서 선수들을 많이 데려갔다. 폭넓게 생각하려 한다. 출발부터 엔트리에 여유가 있고 여유있게 팀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선수 선발 기준'이라하는 건 하고자 하는 의욕이 먼저다. 선수 소질은 비슷하니, 가르치는 것에 따라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의욕'이다.
▲12일 오후 3시 고양 킨텍스에서 허민 고양 원더스 구단주,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최성 고양시장,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및 고양 원더스 선수단, 취재진, 야구팬 100여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의 창단식이 개최됐다.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
▲내년부터 소프트뱅크 3군이 퓨처스리그에 합류한다 하는데.
- 우리는 내년에 2군 리그에 들어가 48게임을 한다고 들었다. 그것 가지고는 모자라다.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고지 캠프에서 아마추어 팀들과 11개 경기를 잡아놨다. 우리 팀은 게임을 많이 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경기를 통해 감각을 찾아야 한다. 프로구단과 KBO가 고양 원더스에 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주셨으면 한다.
▲일본인 코치(코우노, 전 소프트뱅크 종합코치)가 코치단에 합류했는데.
- '독립리그에서 일본인 코치가 필요한가?'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열의에 감동을 했다. 개인적인 연봉을 오픈하면 놀랄 것 같은데 4000만원 정도에 와줬다. 그분이 일본에서 1400안타 친 어마어마한 사람이다. 열의가 보통이 아니다. 세상 눈보다는 선수를 키우기 위해 와 달라 부탁했다. 배팅, 수비 부분을 맡기면 되지 않나 싶다. 그런 가운데 스태프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배터리 코치가 없는데 신중하게 정할 생각이다. 코치진이 모자라면 내가 뛰면 된다.
▲코칭스태프 구성은 만족하나?
- 코칭스태프 구성 당시 (나의) 합류가 불투명해 협조만 해주겠다 말했다. 그리고 나서 재야에 있는 제일 좋은 멤버를 골랐다. 특히 일본인 코치가 필요해 코우노 코치에게 합류를 부탁했고, 어려운 부탁을 들어줬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창단식이 열린 고양 킨텍스 입구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