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수도권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 단지는 총 3만386가구에 이른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 입주하는 1만5309가구보다 2배 가량 많은 물량으로, 매달 아파트 1만여가구가 새로 생기는 셈이다.
이 가운데 전세 수요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85㎡이하의 중소형 주택이 전체의 59%인 1만7878가구에 이른다. 서울 입주 물량 8563가구 중에서도 6163가구가 중소형 주택이다.
수치상으로는 내년 봄 이사철을 앞둔 수도권 전세난 방지를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별로 입주 물량을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부분 물량이 수도권 외곽의 2기 신도시나 인천 청라지구 등의 택지개발지구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내년 2월까지의 수도권 입주 물량 중 한강·광교·운정신도시와 별내·청라지구 등의 택지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55%에 이른다. 서울에서도 은평구 등 일부 지역에 입주 물량이 집중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기 신도시에서는 최근 입주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세 물량이 매우 많아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지역"이라며 "서울 도심권 등 전세난 진원지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세난 정도를 보여주는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중)을 살펴보면, 2기 신도시 지역의 전세시장 상황이 더욱 자세히 나타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한강신도시 'W' 아파트 전용면적 105㎡의 전셋값은 1억1000만~1억2000만원 정도다. 분양가격이 4억원 정도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27~30% 정도다. 이는 수도권 평균인 52.7%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광교신도시의 'H' 아파트도 전용면적 106㎡의 경우 분양가격인 4억2000만원에 프리미엄이 3000만원 가량 붙어 있지만, 전세 시세는 1억5000만원 정도에 그친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2기 신도시의 경우 분양·매매·전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울 강남의 투기 수요를 부추기는 정책보다 2기 신도시에 대한 지원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