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지 못한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에 격차가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는 선방한 반면, IBK투자증권, 동부증권을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영업적자를 냈다. 대형IB(투자은행) 시대를 앞두고 증권사간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월~9월) 기준으로 국내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을 비교해 보면 삼성증권이 1354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30.40%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전체 62개 증권사에서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가 상반기에 거둔 순이익의 40%를 '싹쓸이' 했다. 이를 자기자본 상위 15사까지 확대하면 비중은 거의 70% 가까이에 이른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자기자본 상위 16위에 속하는 동부증권은 올해 11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KTB투자증권도 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 중 최하위 실적을 낸 IBK투자증권의 경우는 올해 1분기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94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반기기준으로 모두 12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증권사간 양극화 현상은 유럽재정위기 등 대외불안 요인으로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하락에 따른 자기매매 손익 등을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엇갈린 것으로 풀이됐다.
우다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등 자기매매 비중이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은 증권사들은 실적이 좋았다”면서 “반면 자기매매 비중이 큰 증권사들은 주가하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대형 IB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형증권사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안"이라며 "장기적으로 중형 증권사는 자본 확충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대형사로 진입하거나 특화된 소형사로 남을 수밖에 없어 증권산업의 구조 개편이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