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에 인수된 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에 올해보다 18% 가까이 늘어난 4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측 설비투자액은 SK텔레콤으로부터 받게 될 신주인수대금 2조3400억원까지 감안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하이닉스는 올해까지 EBITDA(이자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 이내에서 3조4000억원을 설비투자에 썼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주대금이 하이닉스 설비투자에 쓰인다면 설비투자액은 EBITDA 이내 3조원을 합해 5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회사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 자료를 보면 하이닉스 시장점유율은 2010년 기준으로 D램 21.5%, 플래시메모리 10.0%를 기록했다.
투자여력을 갖게 된 하이닉스는 2004년 미국 매그나칩에 매각했던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빨라진 하이닉스 측 행보에 삼성전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설비투자액은 사상 최대인 1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시스템반도체 부문만 8조원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중국에도 2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새로 세우기로 했다.
두 회사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반도체장비 국산화율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장비는 전공정, 후공정, 검사, 기타로 나뉜다. 국내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2010년 기준 22.6%를 기록했다. 업체별 국산화율을 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각각 26%와 21%였다.
아직까지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은 해외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세계 반도체장비 시장점유율(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집계)은 2010년 기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15%, ASML 13%, 도쿄일렉트론 10% 순으로 높았다. 국내업체 가운데는 세메스(SEMES)와 한미반도체만 50위 안에 들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반도체장비 부문에 투자를 확대할 경우 국내업체도 약진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장비는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할 뿐 아니라 기술유출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높은 구매의지를 가진 만큼 설비투자 확대시 국내 장비업체 매출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