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의 볼멘소리다. 이르면 2일 늦어도 6일에는 발표될 예정이었던 삼성 사장단 및 임원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7일 발표가 유력하지만 속단할 수 없다.
인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 인사 및 조직개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사례도 있다. 2008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그해 인사는 한 달 연기돼 이듬해 1월 발표됐다.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 이후 첫 인사이기 때문에 만전을 기했다는 게 당시 삼성의 설명이었다. 내년 경영 환경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인사폭이 예상보다 커 발표시기가 연기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3세 경영체제 구축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 인맥 정리 △여성임원 발탁 등이 핵심 변수다.
3세 경영체제 구축은 세대교체와 맞물려 있다.
중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사람들이 있다. '이재용 사단'으로 불리는 이들은 지난해 인사에서 전면에 나섰다. 올해에도 이재용 사단이 폭풍의 눈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꼽힌다. 최 부회장은 디지털 미디어 총괄사장 시절부터 이재용 사장과 호흡을 맞춰 왔다.
최주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든든한 조력자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지주사격이다. 최 사장에 대한 이 사장의 신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추진단장도 이재용 사단으로 분류된다.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 주우식 삼성증권 부사장, 박상진 삼성SDI 사장도 있다.
이학수 고문 인맥 정리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6월부터 사내 비리와 부정 척결을 강조했다. 사실상 이 고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이 고문의 인맥은 옛 그룹 전략기획실 재무라인의 핵심이다. 지금도 미래전력실과 계열사 곳곳에 남아 있다
여성 임원들의 대거 발탁도 인사폭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비오너 출신 여성 최고경영자(CEO)의 탄생이 최대 관심사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여성 임원과의 오찬에서 "여성 CEO가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이 유력 후보다. 최인아 부사장은 삼성그룹 내 첫 여성 임원 및 부사장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애플·구글 등 거대 IT공룡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인사가 새로운 돌파구를 열수 있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