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절실한 친환경 인증제-상> 녹지 없어도 1등급 주는 LEED가 친환경?… 마케팅 도구로 전락

2011-08-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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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정에 맞춘 제도 그대로 도입<br/>인증위해 미국산 자재 쓰는 등 낭비<br/>국내 친환경건축물 인증 활성화필요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미국 그린빌딩협회(USGBC)가 만든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가 최근 국내에서도 널리 퍼지면서 외화 낭비가 심각해지고 있다.

LEED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USGBC에 수수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미국산 자재 또는 미국 정부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재료를 쓰는 등 많은 비용을 미국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기후나 지리, 문화적 특성에 최적화된 LEED가 녹지율이 거의 없어도 친환경 1등급 인증을 주는 등 국내 실정에는 잘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GBCC)'가 효용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정태화 국토부 건축기획과장은 "국내에서도 이미 훌륭한 친환경 건축물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용적률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한다"며 "굳이 LEED 인증을 따로 받을 필요는 없으나,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에 대한 홍보 수단이나 해외 진출시 실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환경에 맞지 않는 LEED

지난 2000년 처음 시행된 LEED의 평가는 크게 5개 항목으로 나눠지며 110점이 만점이다. 평가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에너지 효율성 및 대기오염 저감부문으로 전체 배점의 32%를 차지한다. 이어 지속가능한 부지사용 24%와 실내 환경 수준과 자재·자원 부문이 각각 14%, 13%로 중요하게 평가된다.

문제는 LEED가 미국의 자연환경과 사회·문화적 특성에 맞춰 개발된 것으로, 국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고층 빌딩과 건물의 과밀화로 일조권 확보가 친환경 건축물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꼽히지만, 주거 밀도가 낮은 미국의 LEED는 일조권을 평가하지 않는다.

또한 LEED는 목재 사용이 많은 미국의 주택 건설 환경에 맞춰 자재 사용 등을 평가해, 콘크리트 사용이 대부분인 국내 건축물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더불어 GBCC가 좁은 대지에 큰 면적의 건물이 들어서는 국내 실정을 고려해 최소한의 녹지나 생태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과는 다르게, LEED는 건축물 자체의 친환경 정도만을 평가해 녹지 공간이 없어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넓은 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미국의 실정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건물에너지연구센터의 태춘섭 박사는 "LEED는 우리나라에서 중요시하는 외부 환경이나 조경 등에 대해 잘 따지지 않고, 미국산 자재를 써야 하는 등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LEED를 받기 위해서는 도면 자체를 영어로 제작하는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 국내 건축물이 굳이 LEED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는 LEED뿐 아니라 일본·영국 등 여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여러 인증 제도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춘 것으로, 이 제도를 더욱 보완, 발전 시키면 LEED보다 더욱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홍보 및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

업계에서 LEED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돈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LEED 인증을 받아 친환경 건축물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건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6월 KB부동산신탁에 팔린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ING타워는 당초 제시됐던 3400억원보다 600억원 비싼 값에 매각됐다. 소유주가 매각 전에 LEED 인증을 받기 위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는 사업 시행자인 미국 게일사가 지역 내 들어서는 건축물에 일방적으로 LEED 인증 획득을 요구하고 있다. 송도가 국제도시로 개발되는 만큼, 사업성과 친환경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LEED가 꾝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USGBC가 LEED로 미국 내에서 약 250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LEED을 많이 받으면 미국에 실업 구제를 해주는 셈"이라며 "LEED 인증 비용을 미국에 지불하는 것보다, 입주자에게 나눠 주던가 우리나라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의 점수를 더 높이는데 투자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광운대학교 건축공학과의 최창호 교수는 "LEED가 만능도 아니고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통용되는 제도도 아니며, 국내 친환경 인증제도보다 탁월하지도 않다"며 "오히려 국내 인증 제도가 에너지효율 부분 등에서는 LEED보다 훨씬 기준이 높은데, 미국 제도를 비싼 돈까지 지불하며 그대로 국내로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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