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헤이룽장성 팡정현에 일본 이주민을 기리기 위한 묘비가 붉은 색 페인트칠로 훼손돼 있다. [출처=징화스바오] |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거액을 들여 과거 일본인 침략자를 기리는 묘비를 세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용감한’ 네티즌 5명이 붉은색 페인트칠로 묘비를 훼손해 경찰에 연행됐다고 중국 징화스바오(京華時報)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샹쥔우바이(湘軍五百)’라는 이름의 네티즌을 비롯한 이들 5명은 3일 베이징에서 묘비가 세워진 헤이룽장성 팡정현까지 건너와 이 같은 행위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묘비 주변의 철통 같은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의 눈을 따돌리고 몰래 묘비가 세워진 헤이룽장성 팡정(方正)현 중일우호 공원(中日友好園林)에 잠입해 묘비를 아예 망가뜨리려 했다.
그러나 묘비가 생각보다 단단해 제대로 깨지지 않자 결국 붉은색 페인트칠로 묘비의 30% 정도를 훼손시키는데 그쳐야 했다.
이후 즉각 주변 경찰에 의해 발각됐고, 이들은 경찰과 충돌을 벌인 끝에 결국 연행된 조사를 받았다. 현재 이들은 조사를 마치고 다시 풀려나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소식을 시시각각 전달받은 한 친구가 온라인 미니블로그에 올라오면서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번져 나갔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달 31일 중국 헤이룽장성 팡정현 정부가 일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최근 총 70만 위안(한화 약 1억1000만원)을 들여 과거 일본 만주 침략 시절 이 지역에 거주한 일본 집단 이주민을 애도하는 비석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에 분개한 네티즌들은 “그렇게 올린 GDP가 무슨 소용이냐” “거지가 구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본인 돈을 벌기 위해 국가 존엄성을 버렸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올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팡정현 정부는 “중국 일본 양국 후대인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반성함과 동시에 미래 평화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비석을 세운 것”이며 “일본 기업 유치를 위한 목적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