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브리핑] 스마트 에이징

2011-02-0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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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가 뭡니까? 노인세상이라는 얘기지요. 이제 노인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닙니다. 노인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있습니다. 건강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돈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상은 노인이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노인이 주인이 되는 세상입니다. 사회로부터 지원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약자가 아니라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역들입니다.”
미래 전도사를 자임하며 세계미래포럼을 이끌고 있는 이영탁 이사장은 스무살 젊은이처럼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열변을 토했다.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고 통합 한국거래소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 시대의 파워 엘리트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전부 여성이에요. 여성들이 주도하는 시대에요. 여성의 노하우가 세상을 행복하게 할 겁니다. 여성을 존중해야 돼요. 여성들만 비싼 거 사먹고 좋은 옷 사 입는다고 눈치주면 안됩니다. 여성을 우대해야 출산도 많이 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구원해요. 귀한 존재들입니다” 깐깐하기 만 할 것 같은 고위 관료출신 파워맨도 쇼핑가와 식당을 장악한 ‘여성들의 물결’ 앞에선 군말 없이 대세 존중 모드다. 약간 얼굴이 간지러웠지만 그의 진지한 눈빛에 고개만 연방 끄덕였다. 그의 최신간 ‘미래와 세상’은 여느 미래 관련 저서와 비교해 현실적 안목과 데이타가 풍부하게 담겨있다. 내로라는 세계적인 미래학자들을 여럿 만났고, 국내 최고의 지성들을 초빙하여 CEO를 위한 미래학 강좌를 국내에선 가장 성황리에 지속하고 있는 그다. 재경부 고위관료 출신으로 온갖 정보가 많겠지만 현실성을 고려한 조화로운 미래학적 안목은 유일하지 싶다. 그런 그가 가장 강조하는 미래전략은 고령화 대책이다. 저출산과 더불어 미래 인구 구성을 결정하고 경제의 양과 질, 정치구조를 뒤바꿀 중대 사안이기 때문이다. 장노년과 여성에 대한 관심은 미래학 전도사인 그의 가장 첨예한 관심사다.
“스마트 에이징이 중요해요. 세상의 변화가 급속해서 내가 아는 것만 가지고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되었어요. 두려워 말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익혀야 해요. 인생 경륜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새로운 지적 체험을 즐겨야 합니다” 포스코 연구소에서 30년 철강맨이었던 미래탐험연구소장 이준정 박사는 ‘똑똑하고 지혜롭게 나이들기’의 주창자이다. 학국공학한림원 회원인 그가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며 찾아다니는 곳은 주말 요리강좌, 새벽 중국어강좌, 각종 야간 강연회와 인터넷 강좌들이다. 또한 포스코 시절 수년간 전 세계 미래 리포트를 분석했던 노하우를 살려 미래기술들의 산업화 전망을 연구하면서 기술 트렌드 관점에서 투자학을 연구하고 있다. 미래기술의 흐름을 잘 살피면 유망한 미래의 먹거리가 보이고 산업도 전망된다고 한다. 그를 초빙하여 ‘스마트 에이징’을 배우는 CEO 단체와 여성단체, 중고등학교가 줄을 서 있다.”
“나이가 문젠가요? 열정이 문제지. 작가 지망생들한테 창작 강의를 한 지 벌써 23년 째에요. 화가가 된 건 10년 전쯤 인사동에서 미술 작품을 관람하다가 갑자기 ‘나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쳐 시작하게 됐어요”

‘둔황의 사랑’, ‘나에게 꽃을 다오 시간이 흘린 눈물을 다오’의 작가 윤후명 선생은 철학도이던 스무살 무렵 시인으로 등단해 뒤에 소설가로 명성을 얻고 예순 무렵에 프로 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쟁쟁한 미술계 중진 화가들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아~! 윤 선생님 그림, 좋아요. 대단한 그림이에요” 내뱉을 정도다. 선생은 그림이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친 그 시기에 문화센터에도 등록했는데, 강사가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리세요” 하는 말에 집에 칩거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내키는 대로 그렸더니 그게 그림이 되더라구요” 그가 운영하는 창작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등단한 작가가 무려 60여 명쯤이나 된다고 하니, 화가인지 소설가인지 에세이스트인지, 시인인지 문학교수인지 정체가 불명이다. ‘김주영’, ‘이문열’ 그리고 ‘윤후명’. 대가의 반열에 일찍 올라 예순 초입인데 문단 원로 대접을 받는 그이지만 형형한 눈빛과 곰치국을 즐기는 건강한 식성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아주 싱싱하다.
나도 닮을 수 있을까? 겨우 내 나이와 십 여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장년층들의 유니크한 자기 세계, 그리고 무한대로 보이는 그 확장성. 무엇보다 팔딱팔딱 뛰는 열정. 아까운 청춘을 다 소비하고 지금 와서 무엇을 어떻게 새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가슴은 뜨거워졌다. 타는 속을 술로 달래볼까 입맛을 다시다가 퍼뜩 ‘정신 차리고 독서라도 하자’ 싶어 이영탁 저 ‘미래와 세상’을 얼른 집어 들었다. 도대체 ‘어느 세월에 스마트 에이징 할거냐...’ 한숨이 나왔지만 일단 책장을 펼쳐 들었다. '그래도 나의 미래가 책 속에 있을 거다' 낙관하며...부디 이 낙관이 선배들처럼 ‘대책있는 낙관’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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