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자문형 랩어카운트, 이제 그만 팔아야 할 때 같은데…"
투자자문사에서 유망종목을 발굴·운용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문형랩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증권사 자문형랩 잔고가 1년 사이 10배 이상 불어나면서 5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률 둔화를 염두에 둬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자문사별 선호종목이 이미 많이 오른 상황에서 수익률을 유지할 만한 대안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문형랩 '붐'을 주도해 온 브레인투자자문은 새해 들어 계약 잔고 4조원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작년 5월 1조원을 넘어섰다. 12월 3조원에 이어 4조원까지 불어난 것이다.
창의투자자문은 개업 한 달 만에 1조5000억원을 모았다.
투자 자문사별 계약 잔고를 보면 작년 9월 말 기준 코스모투자자문이 2조4352억원, 코리안리투자자문 1조6400억원, 케이원투자자문 1조4770억원, 한가람투자자문은 1조217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증권사 자문형랩 잔고도 작년 말 5조원을 돌파했다. 10개월 만에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자문형랩으로 몰리고 있지만 예전 같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자문사 관계자는 "이제 그만 팔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판매처와 영업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는 예전처럼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증권사에 이어 은행도 자문형랩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하지만 업계 내부적으로는 이미 끝난 상품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전까지 자문형랩에 투자하던 큰손도 다른 상품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영업점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자문사간 경쟁 심화에 따른 수익률 하락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자문사가 수익률을 올리려면 경쟁사에서 취급하지 않는 종목을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증시 급등으로 예전보다 위험부담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같은 특정 자문사에서 선호하는 종목이 급등했던 것을 주목해야 한다"며 "자문사간 수익률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려가 커지는 데 비해 증권가에서 자문형랩 판매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미국 메릴린치를 보면 전체자산 30% 이상이 랩계좌에 있다"며 "이 회사와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려면 삼성증권 전체자산이 100조원인 만큼 잔고도 30조원 가까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문형랩 잔고는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만큼 목표가 없는 것으로 봐도 된다"고 덧붙였다.
자문형랩 출시 확대는 증권사 수익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자문형랩에 치중하는 것은 고객보다는 회사 수익을 위한 것"이라며 "지수가 올라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더욱 자문형랩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자문형랩 판매 수수료 수익은 주식형펀드 2배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