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자문형 랩어카운트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5조원을 돌파했다. 자문형 랩은 투자 자문사들이 제공하는 포트폴리오에 따라 운용하는 일종의 주식 위탁 계좌를 말한다.
하지만 은행은 투자일임업이 금지돼 있어 랩 상품을 팔 수 없는 상태. 이에 따라 신탁계정의 돈을 자문사의 자문에 따라 운용하는 상품을 대신 팔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8월 '하나스마트신탁'을 출시했다. 수탁액은 9일 현재 2300억원. 수익률은 대부분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
정준환 하나은행 PB사업부 팀장은 "증권사처럼 집중형·중립형·분산형 등을 구분해 자문사 풀을 따로 운용하면서도 프라이빗 뱅커(PB)의 철저한 고객관리로 리스크를 낮춘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10월 케이원과 브레인, 코스모 투자자문과 연계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출시했으며 올해부터는 일반 점포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탁액은 지난해 말 기준 119억원. 수익률은 10% 후반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신탁상품 대신 '자문형 사모펀드'를 각각 지난해 6월부터 판매 중이며, 우리은행은 금융투자업법 규정이 개정되는 대로 상품 출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증권사의 자문형랩 수익률 중 대부분이 코스피지수 상승률를 하회한 반면 은행권 상품들은 플러스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수익률 전망은 밝은 편이다.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와 은행의 출입 고객은 엄연히 다르므로 쏠림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시장의 수요가 많은 만큼 앞으로도 판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