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에서 2011년 신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2011년 국정운영의 중심축은 ‘안보’와 ‘경제’다.
이 대통령은 3일 신년 특별연설에서 집권 4년차를 맞는 올해 국가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차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변수가 좀 복잡하긴 하지만 올해의 경우 4월 재·보선 정도 외엔 특별한 선거 일정이 없다”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정기조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진취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창한 화두를 새롭게 제시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기존에 나타난 정책적 문제점 가운데 시급한 부분을 우선 해결하고, 또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롯한 민감한 정치 현안이 이날 연설 내용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도 구랍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오찬에서 “(대통령직을) 떠날 때까지 ‘일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2010년에 대해 “우리 역사에서 기억할 만한 한 해였다”고 자평하며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와 △경제성장률 6% 및 수출규모 세계 7위 달성 △노사관계 안정 △친서민정책 정착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 국민에게 중대한 도전이 됐다”며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선 확고한 안보 태세 확립이 필요함을 거듭 역설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 대응기조를 천명하는 가운데에도 “남북 간 ‘대화의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대화 의지를 나타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 수석은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에 진정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해야만 대화 등의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현재 남북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기존에 제시된 정책을 보다 구체화, 현실화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임을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여건은 어렵지만 지난해 6% 성장에 이어 올해도 5% 성장을 달성토록 노력할 것이다”면서 △원천기술 개발 등 과학기술 분야 종합 지원책 강화 △농산물 유통구조 개편 등을 통한 서민체감물가 관리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학비즈니스 벨트 입지 선정과 △공기업 이전 △‘5+2’ 핵심 과제 등에 속도를 내는 한편, “총 75조원 예산의 동·서·남해안권 발전계획을 확정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정책과 관련해선 '무상급식' 등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한듯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 수석은 “복지는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맞춤형으로 촘촘하게 도와주고 혜택주는 게 우선이다”며 "도움이 별로 필요 없는 사람에게까지 돈을 쓰느라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못 준다면 공정한 사회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나 고위 관료, 최상류층의 손자들에게 무료 급식 주느라고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돌아갈 복지 몫이 축소되는 등의 영향을 받는다면 적절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지난해 G20정상회의 개최와 관련, 현재의 청년 세대를 ‘G20세대’로 명명한 뒤, 이들 G20세대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취업과 창업, 국제사회 진출, 교육 개혁 등에 있어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홍 수석은 “G20회의의 성공적 개회를 통해 높아진 국격을 바탕으로 청년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200자 원고지 40매 분량으로 오전 10시부터 약 27분간 이어졌으며, 지상파 및 케이블TV, 라디오와 인터넷 등으로 생중계됐다.
연설문 작성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김두우 기획관리실장 등 외에 지난해 31일 청와대로 복귀한 박형준 사회특보와 이동관 언론특보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