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경색 정국 속에서 민주당의 대북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포용정책을 둘러싸고 당내 중도파 일각에서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가 30일 "햇볕정책이 모든 것을 다 치유하고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손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햇볕정책이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용인하는 것인 양 오해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햇볕정책의 첫째는 안보 능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면서 "안보와 평화는 하나라는 신념을 갖고 한 손에는 안보, 한 손에는 평화를 들고 대북 정책에 임할 것"이라며 `안보.평화' 쌍끌이론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그동안 `평화'에 다소 가려져 있던 안보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햇볕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보수 진영이 주도해온 `안보 프레임'에서 보다 적극적 공간을 확보, 중도층을 흡수하기 위해 햇볕정책의 부분적 궤도수정을 시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인 셈이다.
한 핵심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보와 평화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인식에 따라 그간 평화적 부분만 부각돼온 햇볕정책에 있어 안보 부분을 보다 강화시키겠다는 손학규식의 `발전적 처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햇볕정책' 고수론자 사이에서는 자칫 대북기조의 선명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손 대표를 둘러싼 정체성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개혁성향의 한 중진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보수정권의 안보무능에 맞서 보다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국민정서를 감안한 표현상의 `전략적 후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아 본격적인 햇볕정책 수정 논의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6자 회담 제안을 놓고서도 당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성명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전략적 인내'가 아니라 수수방관"이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한 뒤 "현재 필요한 것은 적극적 외교와 대화로, 지금이야말로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교동계 막내 격인 장성민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제정신이 아니다"며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