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내 관련업계와 통상관계자 등에 따르면, WTO 분쟁해소패널은 지난 29일 잠정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 제품 등에 대해 제로잉 관행을 적용해 반덤핑 조치를 내린 것은 WTO의 반덤핑 협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제로잉 관행은 WTO 회원국 가운데 미국만 유일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덤핑 마진 계산 시 수출 가격이 수출국 내수 가격보다 낮은 경우는 그 차이를 근거로 정상적으로 덤핑 마진을 산정하지만, 내수보다 수출 가격이 높을 경우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제로 베이스로 계산하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우리 정부는 포스코와 다이아몬드 절삭공구 업체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1월25일 미국의 제로잉 관행을 WTO에 제소했고, WTO는 지난 5월 18일 분쟁해소패널을 구성했다.
제소 대상 물품은 스테인리스 박판(얇은 판), 후판(두꺼운 판), 다이아몬드 절삭공구 등 3개 제품이며, WTO가 한국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해당 제품들의 대미 수출 시 적용됐던 제로잉이라는 불공정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WTO의 분쟁해소패널은 한.미 양측으로부터 이의를 청취한 뒤 12월 말께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나, 판결이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편 미국은 지난해 8월 제로잉 관행 전반이 WTO로부터 불공정 관행으로 확정 판정을 받음에 따라 자국법과 충돌하지 않는 쪽으로 손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도 미국이 WTO의 확정 판정에도 불구하고 제로잉 시정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서 무역 보복권을 실행하겠다고 나섰고, 베트남도 자국산 냉동새우에 대한 미국의 제로잉 관행 적용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지난 2월 제소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