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천발 여객선을 타고 섬에 돌아온 박노근(69)씨는 계속 섬에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하룻밤 자고 내일 바로 나갈 생각이다"라고 답했다.
박씨는 "섬밖 생활이 생각외로 길어질 것 같다"며 "오늘 들어 온 건 그 사이 보일러가 얼어 터질까봐 기름을 더 채워두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혹여 내일이라도 군이 조업을 허가할까 하는 기대에 어구 정리에 나선 주민들도 아직은 피난민들이 고향에 돌아올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주민은 "아직 한미연합훈련이 끝나지 않았고, 출입통제 때문에 섬 대부분 지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등 분위기가 살벌한데 어떻게 들어오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날 오후 어선을 몰고 연평도 부두에 입항한 어민 김동원씨는 연평도 인근 바다에서 일할 선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장 조업을 해야 하는데 연안부두에서는 연평도 출신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도 연평도쪽에서 일을 안 하려고 한다"며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을 선원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연평도로 돌아오는 주민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대략 두 가지로 풀이된다.
공무원이나 군무원, 발전소 직원 등 기관원인 가족을 섬에 남겨 둔 채 인천으로 떠났던 피난민들이 돌아오는 것이거나, 중요한 일로 섬을 찾더라도 한두 시간만에 같은 배로 급히 떠나던 주민들의 체류 시간이 하루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연평도에 입도하는 주민의 수는 28일 5명, 29일 10명, 30일 19명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지만, 연평도를 빠져나가는 주민의 수도 매일 5∼7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남편이 공무원이라는 단춘남씨는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무서워서 혼자서는 낮이건 밤이건 바깥 출입을 못한다"며 "하루라도 빨리 주민들이 돌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