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가 영세상인들을 위한 공동구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키로 한 것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관련 법률안들이 시행된다 해도 위기에 빠진 영세상인들을 살리는 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공동구매사업에 대해 영세상인들과 시민단체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SSM 규제 관련 법률안들이 시행된다 해도 이미 들어선 SSM은 물론 대형마트와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SSM 법, 영세상인들에 큰 도움 안 돼
앞으로 시행될 SSM 규제 관련 법률안들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포도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 △전통시장이나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미터 이내 범위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 가능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선 대규모점포 입점 제한 가능 등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0년 9월말 현재 전국에 이미 입점한 SSM은 820개에 이른다.
새로운 SSM 규제 관련 법률안들이 시행된다 해도 이미 입점한 SSM에 대해선 규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500미터 이내에서만 입점 제한이 가능해 500미터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입점을 한다면 입점 제한이 불가능하다.
◆정부, 강자 규제보다 약자 지원에 주력
정부가 경제적 약자인 영세상인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경제 원칙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공정한 경쟁은 가능하도록 해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공동구매 사업에 필요한 2400억원 중 이자비용인 15억원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했다.
정부는 공동구매 사업을 실시하는 데 있어 예산 지원보다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구심점 역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13년째 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A씨(56·남)는 “영세상인들이 힘을 합쳐 조합 같은 것을 만들려면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대형 물류창고 등을 짓는 데 비용을 보조해 준다거나 어떤 계기를 만들어 구심점 역할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영세상인들이 각자 조금씩 자본금을 출자해 조합을 만들어 그 조합을 통해 상품을 생산자로부터 일괄적으로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판매 가격을 낮춰 SSM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근처 영세상인들에게 유인물 등을 돌리며 설득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품목 선정 등 진통 가능성
공동구매 사업이 원만히 시행되려면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품목 선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공동구매 사업 품목 선정 등을 위해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과 협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세상인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품목이나 품목별 사업규모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사실상 정부가 주도해 영세상인들을 위한 공동구매 사업을 실시하는 것에 대해 특혜 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leekhyo@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