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위염·위궤양 치료를 받던 한 소비자는 지난 10월27일 제일약품의‘가스트렉스 과립’을 처방 받고 종로구 교문동의 한 약국에서 약을 구입했다.
며칠 간 약을 복용하던 이 소비자는 뒤늦게 약의 유통기한이 10월 8일까지임을 확인하고 항의 차 약국을 찾았지만 약국에서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약국 측은 이 과정에서 약을 보여달라고 한 뒤 가지고 가 돌려주지 않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만 샀다.
해당 소비자는 “새로운 약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런 약들이 팔리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 라며 “유통기한이 표시된 제품도 유통기한이 지나고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데 가루약이나 알약처럼 유통기한을 알 수 없는 약들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제일약품 측은 약국에 납품되는 전문의약품(ETC)의 경우 간납도매상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경과된 약의 반품처리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약품 관리를 해당 약국과 도매상에 떠넘기고 있는 것.
현행 약사법에는 약사가 실수로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해 ‘진열’만 하더라도 업무정지 처분을 받도록 돼 있지만 제조사인 제약사 측도 이를 관리할 도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
특히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의약품의 유통기한에 대한 의심이나 확인절차 없이 약을 복용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해야 할 제조사 측이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유통기한 경과 제품 유통 등 이미 수 차례의 부적합 의약품이 관계당국으로부터 적발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기한 경과 의약품 유통 등 기본적인 위생관리의 부실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행정당국의 관리나 감독 강화에 앞서 보다 적극적인 자성이 요구되는 시점” 이라고 말했다.
강규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