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금융소외자의 은행 거래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권고를 받았다.
인권위는 금융감독원에도 국민은행의 제도 개선 여부를 지도·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청약저축에 가입한 후 대출금 이상의 금액을 납입한 경우 담보대출을 허용했지만 금융소외자의 경우 이를 제한해 왔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대출 부실이 발생해도 담보로 제공된 청약저축으로 채권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측이 감당해야 할 불이익은 크지 않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인권위 관계자는 "금융거래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자의 변제능력 및 신용상태 등을 심사하는 것은 은행의 영업 재량에 해당한다"면서도 "청약저축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 은행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금융소외자라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한 사람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은행권은 금융소외자의 경우 기존 채무를 제대로 변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향후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반 고객과 동일한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민은행의 '가계여신 일반운용지침' 제25조를 근거로 신용회복지원 신청·확정자나 개인회생 신청·확정자, 개인파산면책 신청·결정자 등은 채무관계자로 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금융소외자로 법적·제도적 구제를 받았다면 은행권 채무가 사라지기 때문에 과도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금감원에도 은행들이 청약저축 담보대출을 적극 수용하도록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가 이뤄지기 전부터 관련 사항에 대한 개선작업을 준비 중이었다"며 "법적 하자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융소외자의 권익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이미 개선안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우리은행도 금융소외자에 대한 청약저축 담보대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소외자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려는 정부 측의 압박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친서민 기조를 강조하면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이 발표됐지만 실제 은행 거래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같은 폐단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