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ㆍ에너지 가격의 급등세와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조치 등이 신흥국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유럽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 한편에서 신흥국 인플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투자자들은 이머징시장의 인플레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왔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만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등 일부 국가의 성장세가 금융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이머징시장의 내년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4.4%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중국은 이미 공격적인 긴축에 돌입, 상하이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하며 상하이종합지수를 연초 대비 12% 끌어내렸다.
RBC캐피털마켓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통화당국자들 사이에 좀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커지고 있다”며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다중적인 금리인상을 포함한 과감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로버트 호록스 매튜스아시아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것을 용인해온 터라 이머징시장은 경기과열에 대한 실질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 교역국과 경쟁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이례적으로 낮췄지만 최근 급격히 커진 인플레 압박이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나서면 고수익을 좇아 신흥시장에 몰려들었던 투자자들은 다시 미 달러화 등 안전자산시장으로 쏠리며 금융시장에 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빠져나간 신흥국 증시는 상하이 증시처럼 급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도네시아(44%)와 태국(35%) 등 신흥국 증시는 올 들어 여전히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 급락에 따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호록스는 “신흥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장기 평균치보다 10~20% 높아서 신흥국 증시 어디에도 '완충지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실질금리가 현저히 낮다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에 불과해 금리인상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나탈리아 구루시나 루비니글로벌리코노믹스 이사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실질금리는 각각 -1.6%, -3.3%인 데 비해 브라질은 5.6%”라며 “아시아지역 신흥국의 경우 금리를 정상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난 여름 인도의 물가상승률을 두자릿수로 끌어 올렸던 식품 및 에너지 가격 급등세도 신흥국에 인플레 압박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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