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코스닥상장사 대표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고 있다. 올초부터 이달까지 상장폐지된 70여개 코스닥사 가운데 25%가 횡령·배임혐의였다.
개인투자자들의 단타매매가 코스닥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해가 간다. 회사만 믿고 장기투자에 나섰다간 최근 상장폐지된 '네오세미테크' 처지가 되기 십상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정부가 기술력을 인정한 중소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렸지만 대표의 배임·횡령과 분식회계 등 혐의가 드러나 소액주주 7300여명에게 손실을 안겨줬다.
경영진의 부정은 코스닥사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코스닥상장사 보다 소위 정치·경제적으로 힘있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많아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요구되는 건전성 수위도 코스닥사 대비 낮은 편이어서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도 유가증권상장사는 그대로 사업을 영위해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거래소가 마련한 상장폐지실질심사 규정에 따르면 코스닥사는 임직원이 자기자본의 5% 이상 금액을 횡령·배임하면 퇴출명단에 오른다.
반면, 유가증권상장사는 횡령·배임 금액이 사업 및 반기보고서상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자본 전액잠식 상태여야 상폐대상이 된다. 코스닥대장주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배후에는 이러한 '혜택'(?)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상폐 명단에 유가증권상장사 이름도 오르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거래소는 내년부터 유가증권상장사에 대해 코스닥사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상폐심사 규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승인후 12월 초께는 상폐심사 관련 개정안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코스닥사에 적용되는 기준만큼 강화된 수준으로 전면 개정되는 만큼, 3개월 정도의 개선·적용 기간을 두고 내년 2분기께는 본격적으로 심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장건전성 측면에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희생양이 될 선의의 개인투자들이 늘어나진 않을까 걱정이다.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