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화재사고, 알고보니 주인이 방화범

2010-11-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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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한밤중 아무도 없는 의류매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두고 매장 주인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8억여원의 보험금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고 주인을 방화범으로 지목,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26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강모(36)씨가 운영하는 경북 구미시의 한 상설 의류매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때는 2008년 3월23일 새벽. 관할 소방서는 고의로 불을 내는 데 필요한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화 개연성을 배제했다.

하지만 이어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에서의 조사 결과 다른 정황들이 발견됐다.

국과원은 매장 조사 결과 인위적 착화때 발견되는 연소 형상이 식별됐고 전기기구 및 배선 검사에서도 특이점이 없다며 방화의 개연성을 제시했다.

강씨에게 매장을 넘겨준 장모씨와의 연결고리도 의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강씨가 매장을 인수하고서도 실질적인 운영은 장씨가 계속 담당해 온 것이다.

강씨가 고용한 종업원은 장씨의 친동생이었으며 직원들에 대한 급여를 장씨가 지급하기도 했다. 강씨는 매장에 대한 사업자 등록을 마친 이후에도 상품 출고 내역서 등에 `사장'이 아닌 `과장'이라는 명칭으로 기재됐다.

게다가 장씨는 2007년 3월 또 다른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5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수령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불을 낸 혐의로 강씨와 장씨를 조사했으나 끝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고 수사는 중단됐다.

강씨가 화재 당시 찜질방에 있다가 전화를 받고 급히 뛰어나가는 모습도 CCTV에 남아있어 유력한 알리바이로 작용했다.

경찰 조사가 일단락되자 강씨는 화재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했고, 보험사 측은 고의로 불을 낸 것이라며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강씨와 장씨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했을 뿐 용의자로 입건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보험사 측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21부(김주현 부장판사)는 "창고의 열쇠를 갖고 있던 강씨가 장씨와 공모해 제3자를 시켜 고의로 창고 내부에 불을 지른 뒤 빠져나오며 후문을 잠근 것으로 추정된다"며 "보험사는 8억1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화재가 보험을 체결하고서 2주밖에 지나지 않은 때 발생했고, 강씨와 장씨가 서로간의 관계에 대해 계속 허위로 진술하는 점, 국과원의 감정 결과 누군가 인위적으로 3곳 이상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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