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대신 때로는 안타를 치기도 한다. 이 안타가 정말로 중요하다."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결산하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 촌평이다.
서울 G20 공동선언문에 환율과 경상수지 문제에 관해 미국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따가운 비판 속에 오바마가 나름대로의 성과가 있었다며 자평하면서 이 성과를 `홈런이 아닌 안타'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중요하다고 여긴 안타가 점수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안타가 점수로 연결되지 못하니 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미국 언론의 냉정한 비판이다.
MSNBC와 AP통신 등은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에 관한 종합기사에서 "빈손으로 떠나게 된 오바마", "G20, 환율문제 놓고 오바마에 퇴짜" 등을 제목으로 뽑았다.
오바마가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의 패배자인 것으로 묘사한 느낌이다.
오바마가 중국 위안화 절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다른 국가 정상들로부터 아무런 지지를 얻지 못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외교적 리더십에 흠집만 남겼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특히 12일자 오바마에 대한 G20 정상들의 확 달라진 태도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1년 전 피츠버그 G20 정상회담 때만 하더라도 각국 정상들은 오바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오바마의 근심거리를 해결해주기 위해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서울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양자회동에서 80분간의 회담 시간 내내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후 주석으로부터 점진적으로 절상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유럽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지원을 엎고 공동선언문에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문구를 담으려 했지만 대부분이 오바마에게 등을 돌림으로써 오히려 중국의 입지만 키워진 모양이 됐다.
G20 국가 정상 대부분이 미국의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중국 역시 오바마의 압박에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게 미국 언론의 시각이다.
오바마는 피츠버그 정상회의 직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주가가 한껏 올라갔지만 국내적으로는 극심한 실업사태와 더딘 경기회복으로 인해 중간선거에서 참패, 정치적 위상은 계속 위축되는 형편이다.
이처럼 쪼그라든 국내 정치적 입지를 만회하기 위해 아시아 순방과 서울 G20 정상회의에 소기의 성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오바마에게 뼈아픈 타격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WP는 백악관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합의도출 지연을 `좌절' 혹은 `패배'라고 표현했다.
한국전에서 미군 4만명이 목숨을 잃고 현재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수만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압력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좌절과 다름없다고 WP는 지적했다.
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회견에서 "한.미FTA를 진전시켜나가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리더십에 하나의 시험이며 국제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신뢰성과도 직결돼 있는 문제"라고 지적, 한.미FTA 합의 실패가 미국의 리더십과 신뢰성을 흔들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