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흥신 주프랑스 대사

2010-11-1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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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신 주프랑스 대사는 12일 외규장각 도서에 대한 양국 정상의 합의와 관련, "양국관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한 것 자체가 엄청난 발전이고 정말 역사적인 합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 협상의 한국측 대표였던 박 대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화재 환수라는 관점보다 한.불 양국관계를 저해하는 장애요인을 제거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일을 처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간 합의이행을 위한 협상에 대해선 "외규장각 도서를 기술적으로 빠른 시일 내 받기 위해서 프랑스에 돌아가자마자 후속협의를 할 것"이라며 "후속협상을 2주 이상을 안 넘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대사는 오는 이날 한.불 정상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에 관한 협상을 위해 귀국했으며 오는 16일 프랑스로 돌아갈 예정이다.

  
    다음은 박 대사와 일문일답.

   --그동안 협상대표로서 바빴는데 정상합의에 대한 소감은.

   ▲속이 시원하다. 저는 사실 문화재 환수라는 관점보다 한.불 양국관계를 저해하는 장애요인을 제거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일을 처리했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지금 외규장각 도서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부관장이 1993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한국에 왔을 때 사서였다. 문화재 환수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절대 해결할수 없었는데 양국관계를 저해하는 요인을 제거하려고 했다. 이것이 해결의 키였다고 생각한다.

   --외규장각 도서 합의의 의미와 평가는.

   ▲양국간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마다 외규장각 도서가 제일 큰 문제였다. 더 중요한 문제들도 있는데 이게 마치 제일 중요한 문제처럼 다뤄져왔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정말 실질적으로 양국관계를 발전시킬수 있다는게 이번 합의의 성과다.

   --이번 합의에서 아쉬운 점은 없나.

   ▲아쉬움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양국관계에서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해결한 것 자체가 양국관계에서 엄청난 발전이다. 외규장각 도서 협상은 20년 가까이 됐고 거의 15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제법상 돌려줄 의무가 없는데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정말 역사적인 합의라고 생각한다.

   --협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선례가 가장 어려웠다. 프랑스는 그동안 과거 식민지에서 많은 물건들을 가져갔는데 이번 경우가 한번 가져왔던 것을 돌려주는 선례가 될까봐 걱정했다. 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우리로서는 상대국의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려고 보니까 당연히 반환을 요청해야 하는데 방법상 대여로 했다. 그런데 프랑스는 사실상 돌려받을 생각이 없기 때문에 영구적 반환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를 잘 해결하고도 잘못하면 국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국내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에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

   ▲명분을 따지면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다. 미테랑 대통령이 1993년 가져온 도서도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대출 중인 것으로 돼 있다. 프랑스는 자국의 국내법을 어길 수 없기 때문에 대여로 처리한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가 국내로 돌아오면 비판적 여론도 바뀔 것으로 보나.

   ▲그렇다. 우리한테 외규장각 도서가 오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 우리한테 갖다놓고 얘기해야지 명목만 따지면 어떻게 되냐. 우리한테 (외규장각 도서를) 가져온 다음에 주권으로 판단해 처리하면 된다.

   --아직 후속협의가 남았는데 실질적인 반환은 언제 이뤄질 수 있나.

   ▲기술적으로 빠른 시일 내 받기 위해서 프랑스에 돌아가자마자 협의를 할 것이다. 우선 양국 대통령의 합의에 따라 나와 프랑스 정부의 대표가 대여시점 등을 담은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후속협상을 2주 이상 안 넘기려고 한다. 양국 대표간 협정이 마무리되면 그 다음에는 완전히 기술적인 것이다. 나와 프랑스 협상대표는 기본적인 것이 돼 있기 때문에 협상이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협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는데 언제쯤 합의 쪽으로 가닥이 잡혔나.

   ▲프랑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이 가장 컸다. 사실 받는 쪽보다는 주는 쪽이 쉽지 않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한국에 오기 직전에 양국 관계를 저해하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결심한게 중요했다. 우리도 문화재 관련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해서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대통령도 실용적인 생각을 갖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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