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간 대여방식의 원칙을 정한 정치적 합의이고 이행방안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양측 정부간 구체적인 실무협상이 필요하다.
이번 합의가 구체적이지 않은 것은 양국의 문화계가 반발할 것을 의식해 협상 속도를 조절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외규장각 도서가 실질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이행방식을 공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후속조치를 협의할 예정이고 정부는 조속히 돌려받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실무협의를 통해 대여시점과 비용, 보관장소 등을 합의해야 하고 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외규장각 도서가 올해 안으로 국내에 돌아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논란이 컸던 외규장각 도서의 대여방식이 결정되면서 후속협의는 별다른 진통없이 급물살을 탈 수 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여방식이기 때문에 지난 8일 한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합의된 조선왕실의궤 등의 문화재 반환과 달리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칠 필요가 없다.
또 프랑스 정부 입장에서는 국가 소유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금지한 문화재법을 고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조만간 프랑스와 후속협의에 착수하는 한편, 외규장각 도서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타결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친 만큼 후속협상에서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영구대여'라는 문구를 합의내용에 넣기를 원했지만 프랑스측의 입장을 고려해 대여갱신 기간을 5년으로 해서 절충점을 찾았다.
이는 양국 정상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협상타결을 희망했고, 특히 우리 정부는 명분을 고집하기 보다 실질적인 반환 효과를 거두는 게 낫다고 판단함으로써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협상과정에서 '영구대여'를 강하게 주장하니까 프랑스 측에서 대여 갱신기간을 늘린 측면이 있다"며 "프랑스가 보통 문화재를 대여할 때는 3∼6개월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문화계 일각에서는 "빼앗긴 문화재를 정당하게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고 프랑스에서도 문화재 대여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는 만큼 정상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협상은 더디게 진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