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 방문을 마치고 방한한 잭 프리처드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북한의 핵시설이 위치한 영변에서 신축건물이 들어서는 움직임을 확인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프리처드 소장은 이날 서울에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을 함께 하고 "방북했을 때 영변 지역의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반드시 핵시설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건축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또 신축공사의 진척상황에 대해 "철근이 좀 있는 기초적인 수준"이라면서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용도가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당시 북측은 프리처드 소장에게 핵시설에 대해 "5㎿ 원자로는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프리처드 소장의 요청에 따라 영변 방문이 이뤄졌고 프리처드 소장은 영변 핵시설의 외부를 주로 둘러보고 내부는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의 핵 연구기관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최근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 부지 주변을 찍은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굴착공사에 필요한 중장비용 트랙과 각종 장비, 트럭 등이 관측됐고 새 건물 2동을 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언급, 2008년 폭파한 냉각탑의 신축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또 북한은 프리처드 소장에게 "한국과 미국, 일본이 6자회담에 나올 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기다리겠다"며 우라늄농축은 평화적 이용을 위한 원료라는 기존의 태도와 비슷한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이 한국을 통하지 않고서 미국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뒤 북측에 "도발을 하지 말고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외교소식통은 밝혔다.
외교소식통은 "우리가 북한에게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하는 상황에서 영변의 움직임은 우려할 상황"이라면서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 초기에 미 국무부 대북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지난 2∼6일 북한을 방문한 뒤 9일 방한해 우리 정부의 당국자들을 만나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