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을 포기해도 장례비 부담 의무는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임채웅 부장판사)는 A씨가 이복 형제자매 4명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재산분할 청구 사건에서 이들 5명이 장례비를 균등 분담하고 유산을 똑같이 나눠 가지도록 심판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조리(條理)에 비춰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례비는 민법에 규정된 상속 순위가 가장 빠른 유족 등이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따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A씨를 포함한 5명이 부의금으로 다 충당하지 못한 장례비를 각각 5분의 1씩 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장례비 부담의 근거는 상속이 아니라 고인과의 친족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특정인이 상속을 포기했더라도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의금은 우선 장례에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이뤄진 증여이므로 장례에 먼저 써야 하며 만약 부의금 합계가 장례비보다 많으면 상속인별로 접수액의 비율에 따라 장례비를 충당하고 나머지를 당사자에게 나눠주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아니었지만 장례비의 성격이나 부담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간혹 분쟁이 생긴다"며 "이번 심판은 상속 포기와 장례비 부담 의무 등 관련 쟁점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제시하려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씨는 2007년 어머니가 채권 약 3천379만원과 예금 1천60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자 장례를 치르면서 부의금으로 받은 188만원 가량을 포함해 약 954만원을 지출한 뒤 이복 형제자매를 상대로 장례비와 유산 분할을 요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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