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실무급 회의에 이어 지난 8,9일 두 차례 가진 통상장관회의를 통해 주요쟁점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봤으나 몇 가지 잔여쟁점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기존에 의견접근을 본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쟁점과 맞물려 있고, 모든 협상엔 예상치 못한 `지뢰'가 늘 있기 때문에 막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에 FTA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짓겠다는 한미 양국의 의지는 단호하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당초 8,9일 이틀간 통상장관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완전타결에 성공하지 못하자 하루를 연장, 10일 오전 11시부터 머리를 맞대고 마무리 협의를 진행중이다.
커크 대표는 당초 10일 일본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한국과의 FTA 타결이 지연되자 APEC 회의에는 USTR의 다른 고위인사를 대신 보내고 한국과의 협상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10일 중에는 한미 양국이 FTA 문제에 대해 완전타결을 짓지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FTA 타결 시한으로 정한 한미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양측 모두 모종의 결단을 내릴 벼랑 끝에 서게 됐다는 것.
막판에 극적으로 최종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 한미 FTA 문제를 마무리짓지 못할 경우 한미 FTA 타결을 통해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미국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해온 오바마 대통령이 중간선거 패배에 이어 크나큰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게 가져다줄 이익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요쟁점과 연관된 이해관계를 비교해볼 때 양국 모두에게 FTA 쟁점을 타결짓고 조기에 발효토록 하는 게 `윈-윈하는 선택'임이 명백하다는 점도 FTA 타결에 무게를 보태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도 이번 기회에 FTA 문제를 마무리해야 하는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전화통화에서 한미 FTA 문제를 경제문제 차원을 넘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발전시켜줄 한미간 새로운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규정했다.
또 이번에 FTA 쟁점현안 해결이 안된다면 2012년 예정된 양국의 대선과 총선 등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FTA 문제를 재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번 한미간 FTA 협의의 최대 쟁점인 자동차 문제와 관련, 한국 자동차의 경쟁력과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 미국 자동차 및 업계의 경쟁력 저하 등을 거론하며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시장접근을 확대하더라도 그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하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한국으로선 이번 협의에서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미국산 쇠고기 완전 수입허용은 어떤 식으로든 막아냈다는 성과를 이미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이번에 FTA 문제를 타결짓지 못한다면 수십억원의 이득을 가져다줄 거래에서 단돈 몇 만원 때문에 계약을 깬 것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결국 `시간'이 한미간 잔여쟁점을 푸는 데 도움을 주는 결정적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협상 당사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면서 "데드라인(협상시한)이 정해진 것은 없으며 협상테이블에 앉아봐야 오늘 타결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측이 아직까지 쇠고기 수입확대 문제를 공식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카드'로 활용할 태세여서 FTA 타결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끊임없이 쇠고기 문제를 걸고 가려고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자연스럽게 쇠고기가 갈등없이 제외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쇠고기 문제를 자꾸 거론하면 우리도 FTA를 당장 안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