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탁환은 9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밀림무정'출간 기념 간담회를 가졌다. 왼쪽은 이날 행사에서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명로진. |
9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밀림무정’ 출판간담회는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그가 얼마나 철저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입증하는 자리였다. 그는 호랑이의 흔적을 찾기 위해 직접 러시아에 가서 찍은 사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이항 교수에게 자문한 자료 등을 프리젠테이션 화면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밀림무정은 주인공 포수 ‘산’이 항시 들고 다니던 총에 새겨진 네 글자다. 이 이야기는 서로 적수였던 개마고원 최고의 포수 ‘산’과 백호랑이‘흰머리’의 7년 간 추격전을 그렸다. 작가가 서문에서‘밀림은 자유고 도심은 공포다, 호랑이에게는 그렇다...’고 표현했듯, 책은 밀림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호랑이와 야생 호랑이에게 상당히 거북스러운 공간인‘창경원’에서의 호랑이를 대비시켰다.
김 작가는 간담회에서“1940년 1월에 만주로 가 그곳에서 3년 정도 떠돈 시인 백석에 주목하게 됐다. 니콜라이 바이코프의‘만주의 계곡'을 백석이‘식인호(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로 번역한 것을 보고 밀림무정을 착안했다”라며 작품 출간 배경을 밝혔다. 또“백석이라면 호랑이가 자주 출몰했다던 개마고원을 어떻게 그렸을지 시인과 호랑이의 대결을 상상해봤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9년 4월 집필 작업을 시작해 평소 강조하던‘황금비율’로 이 작품을 끝마쳤다. 그가 말하는 황금비율은 구상 6개월, 집필 6개월, 퇴고 6개월에 걸쳐 작품을 끝내는 작업이다.
18개월 동안 오로지 소설쓰기에만 전념한 그는“요즘 소설은 사실상 인스턴트 제조식 같다”라며 “소설이 팔리려면 가볍고 감성적인 소설을 공략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제안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피와 땀이 어린 소설을 쓰고 싶었고 앞으로도 이 생각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서까지 한 문단을 하나의 세계로 생각해 문단 나누기를 하지 않은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작품에서 확연히 달라진 문체에 관해서는 호흡이 짧은 문체로 바꾸는 과정이 몹시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이 소설은 남성을 위한 선 굵은 소설처럼 비쳐지고 있지만 여주인공 주홍의 세심한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여성 독자 역시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책을 읽으면서 적은 없지만 모두가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진정한 적은 누구인지,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독자에게 당부했다.
한편 이 날 간담회에는 영화배우 명로진이 동석했다. 관심을 모은 영화화에 관해서는“그동안 늘 영화제작자와 통하는 것이 있었을 때에만 영화로 만드는 것을 찬성했다”라며 “이 작품이 기존의 작품처럼 영화로 제작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얼어붙은 백두산에서 펼쳐지는 주인공과 호랑이의 대결, 호랑이에게 몰살당하는 일본 중대, 서울시청에서 뛰어내리면서 표효하는 호랑이 이렇게 세 장면만은 영화에 꼭 넣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김탁환 작가의‘불멸의 이순신’은 드라마로, 정조시대를 바탕으로 한‘방각본’은 영화로 만들어진 적 있다. 그의 역사추리소설을‘조선 명탐정’도 내년에 영화로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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