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발생한 BP사의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인근 해저의 산호가 폐사하는 등 해양생태계가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와 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만 해저 탐사단 단장인 찰스 피셔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물학 교수는 사고 유정 남서쪽 약 11㎞ 지점 수심 1천402m 해저에서 산호 군락이 폐사한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원유유출 사고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탐사단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의 지원으로 NOAA 소속 탐사선 로널드 브라운호의 해저 탐사 로봇을 이용해 해저를 확인한 결과 약 600㎡ 넓이의 산호 군락이 폐사, '바닷속 무덤'과 같은 상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호 폐사와 원유유출의 연관성과 관련해 피셔 교수는 "결정적 증거(smoking gun)를 확보했다"며 "여기서 일어난 일이 원유유출 사고와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는 정황적 데이터가 많다"고 설명했다.
탐사단은 또 유정 인근에서 유사한 피해를 본 다른 지점 25개를 확인, 다음 달부터 본격 탐사하기로 했다.
산호 군락은 어패류ㆍ갑각류 서식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해양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산호 군락의 대규모 폐사는 여러 해양 생물종에 문제가 되며 회복되는 데 수년 또는 수십 년까지 걸린다.
이 조사 결과는 유출 사고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대적으로 장밋빛 그림을 그려온 미 연방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판이한 것으로, 피해 규모가 기존 추정보다 상당히 커질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는 8월초 보고서를 통해 유출된 원유 6억4천300만ℓ의 70%가량이 자연적으로 분해 또는 연소되거나 회수돼 최소한 바다 표면에서 보이는 원유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발표, 과학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