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이스라엘 로비 실체를 파헤쳐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스라엘 로비'(형설라이프 펴냄)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저자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미어샤이머 교수와 월트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주제인 이스라엘의 로비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다.
미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금기나 다름없다. 반(反)이스라엘 발언을 한 의원은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각오해야 하며 대통령 후보들도 이스라엘 문제에서만큼은 이스라엘 지지라는 한목소리를 낸다.
이스라엘이 매년 미국으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금액은 무려 30억 달러.
이는 미국의 대외 직접지원 예산의 6분의 1에 해당하며 이스라엘 국내총생산(GDP)의 2%와 맞먹는다.
이스라엘 국민 1인당 매년 500달러 이상의 직접 지원을 받는 셈이다. 실질적인 원조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이 가능한 것은 이스라엘의 로비 때문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슬람 세계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동시에 미국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한다.
또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 역시 이스라엘의 로비가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니스트 홀링스 전 미 상원의원도 "우리가 그 나라(이라크)를 침공하는 이유는 모두 알고 있듯이 우방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결과적으로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의 입지를 강화시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보다 중동 지역의 정세가 훨씬 불안정하고 위험스런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로비로 미국과 이란의 화해 노력은 일찌감치 물 건너갔으며 이란 강경파의 입지만 강화시켜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안보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이 생존권을 위협받을 때 이스라엘을 도와야 하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특혜와 팔레스타인 점령을 포기하고 미국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따른다는 조건 하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환 옮김. 464쪽. 2만2천원.
/연합뉴스